정부·여당 교권 강화 추진에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되는 것 아니다” 우려 제기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여권이 학생 인권을 강화하느라 교권이 약해졌다며 교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생 인권과 교권 향상을 대립항으로 놓지 말고 학생 인권도 지키면서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국회에서 교권 강화 법안을 통과시킬 때에도 아동학대에 면죄부를 주는 방향이 되지 않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교권 강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동학대 면책조항, 학교 생활기록부에 교권침해 기록,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등 3가지 제도를 소개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동의하냐”고 따져물었다.
국회 교육위에선 교사의 정당한 학생 지도를 아동 학대로 보지 않는 면책 조항 법안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공히 발의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기본적인 교권 강화 방향에는 민주당도 동의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하루 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체벌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교육위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 있다”며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고도 면책 조항 뒤에 숨는 것을 방지할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위원회 기능을 두는 등 선생님들에게 합당한 방어권을 주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워낙 무고성 신고가 많으니 면책 조항이 나온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무고성 신고만 솎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사 간담회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말 교육수장의 발언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은 흑백논리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 당국이 당장 할 일은 ‘체벌 부활’이 아니라 일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과도한 잡무를 줄이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교권 강화가 학생 인권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에 “제발 해법이랍시고 ‘애들은 맞아야’ ‘선생도 때릴 수 있어야’ 이런 말을 하지 말자”며 “뒤로 가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적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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