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귀환…백발 6·25 영웅들이 온다
유엔 참전용사·가족 초청 행사
21개국 200여명 방문 예정
인천상륙·장진호 전투 참여한
95세 해럴드 트롬씨가 최고령
밴플리트·워커 장군 후손들도
6·25전쟁 당시 '낯선 나라' 한국을 위해 싸웠던 유엔 참전용사들이 정전 70주년을 맞아 목숨을 걸고 지켜낸 한국을 다시 찾는다.
21일 국가보훈부는 21개국의 유엔 참전용사 64명과 가족 등 총 200여 명을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재방한 참전용사 가운데 최고령자는 올해 95세인 미국인 해럴드 트롬 씨다. 그는 1950년 미국 육군 소속으로 참전해 6·25전쟁 때 전세의 양대 변곡점이었던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다. 트롬 씨와 함께 장진호에서 싸웠던 영웅들인 패트릭 핀(미국·92), 고든 페인 씨(영국·92)도 한국을 찾는다.
장진호 전투는 미군이 참여한 전투 가운데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혈투' 중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는 6·25전쟁의 또 다른 대표적 격전지로 꼽히는 '후크고지' 전투에 호주군으로 참전했던 로널드 워커(89), 렉스 맥콜(92), 버나드 휴즈(92), 마이클 제프리즈 씨(90) 등도 참여한다.
또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세계인들이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 유엔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의 최초 제안자인 캐나다 출신 참전용사인 빈센트 코트니 씨도 방한단에 포함됐다.
전쟁 이후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기자와 홍보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던 코트니 씨는 죽음과 공포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한국을 외면하고 살았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자신이 청춘을 바쳤던 한국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음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수십 차례 한국을 오가며 캐나다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사업을 펼쳐왔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캐나다군 소속 4형제 가운데 한 사람인 아서 로티 씨(91)와 그의 아들도 한국에 온다. 로티 씨 형제는 전쟁 이후 모두 무사히 귀국했고, 현재 다른 형제 3명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방문단에는 전쟁 당시 한국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고 아직까지 찾고자 하는 참전용사도 있다.
미국인 참전용사인 윌리엄 워드 씨(91)는 전쟁 당시 부산 캠프에서 매일 자신의 빨래를 해주겠다던 12세 소년 '창(Chang)'을 찾으려 빛바랜 사진을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캐나다군 소속으로 참전했던 에드워드 버거너 씨(91)도 전쟁 당시 초소에서 청소를 도왔던 'Cho Chock Song'이란 한국 소년을 다시 만나고 싶어 당시 찍은 사진을 보훈부로 보내왔다.
6·25전쟁 때 미8군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제임스 밴 플리트·월턴 워커 장군의 자손들도 방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밴 플리트 장군은 중공군의 공세를 꺾고 전선을 38도선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지휘력을 발휘했다. 워커 장군은 전쟁 초기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해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밑돌을 놓았다.
한편 이번에 방한하는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전용 출입국 통로 등 최고의 예우를 받게 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놀라운 70년을 만든 주역인 이분들이 재방한 기간에 어떠한 불편함도 없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하고 국제 보훈사업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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