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만 챙기다 교실 붕괴"···교권 법안 힘 받나

박성규 기자 2023. 7. 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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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학생 인권 강조가 빚은 사태입니다. 스승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여교사 극단 선택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초등교사 출신인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21일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격앙되고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 극단 선택을 한 배경에 교권 침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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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교사 극단선택 후폭풍
경기교육청, 인권조례 전면개정
교총 회장 "더이상 참지 않겠다"
교사들도 오늘 서울서 집회 예고
경찰 "고인 동료들 참고인 조사"
21일 어린이들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선택을 한 이 학교 20대 담임교사를 추모하는 공간에 메모를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과도한 학생 인권 강조가 빚은 사태입니다. 스승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여교사 극단 선택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초등교사 출신인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21일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격앙되고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교총에서 간담회를 주재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나온 “교권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에 비해 수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20대 여교사의 극단 선택 등 최근 잇따라 전해진 교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교권 침해 관련 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지속적인 노력에도 지난해 3000건이 넘는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학교에서 심의·처리됐는데 침해 유형이 다변화하고 그 정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학생의 인권을 강조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의 책임’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단체를 중심으로 교권 침해 해결을 위해 아동학대 면책 법안 등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 장관은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교권 보호 강화 법률안이 8개나 올라와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중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다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있다. 또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 등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장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잇달아 교권 침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 교권 보호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5명 내외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오는 24~27일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교사가 학부모 갑질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학교를 방문해 교장, 교감, 동료교원과의 면담을 통해 사안에 대해 심도 있게 파악할 것”이라며 “해당 교사의 업무분장, 해당 학급의 담임교체 현황, 학교폭력 관련 사안처리 현황,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현황,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근무상황, 문서 수·발신 현황 등을 중점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조사가 온전하고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도) 선생님들로부터 철저한 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필요하면 선생님 의견을 전수로 듣는 것을 포함해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를 폭넓게 모아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단체도 심각한 교권 침해와 교사들의 극단 선택에 상관관계가 있다며 교권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 극단 선택을 한 배경에 교권 침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6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재직 중 사망한 교육공무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71%)에 이어 극단 선택(11%)으로 인한 사망 건수가 두 번째로 많았다.

정 회장은 “교총은 교권 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이 근절될 때까지 총력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교권 강화를 요구하기 위해 교사들은 집회도 계획 중이다.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200여 명의 교사들은 22일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교사 인권 보호’ ‘교권 정상화’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온라인상에서 교사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고인의 49재 날인 9월 4일 대규모 집회를 열자는 목소리도 초등학교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고인이 근무하던 학교의 교사 전체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학교 측에 교사 명단을 요청하고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사 60여 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유가족과 주변인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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