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믿고 건강 챙기려 간 찜질방에서 얻은 건 '2도 화상'뿐

윤현서 기자 2023. 7. 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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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효소찜질방은 임시 휴업한 상태다. 윤현서 기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세를 탄 강원도의 한 효소찜질방에 다녀온 60대 남성이 잘못된 안내로 2도 화상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보상은커녕 제대로된 사과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수원특례시에 사는 A씨(60)는 유명 연예인 B씨가 출연, ‘디톡스’하는 장면이 나온 예능프로그램 방송을 보게 됐다. 

이 방송에서 B씨는 강원도 평창의 효소찜질방에서 ‘효소에 머리가 닿으면 머리카락이 더 잘 자란다’는 말을 듣고 뜨거운 효소 속에 머리까지 파묻으며 찜질했다.

이를 우연히 보게 된 A씨는 평소 앓고 있는 지병의 호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 지난 5월 말께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강원도의 한 효소 찜질방. 약 70도의 뜨거운 효소 속에 몸을 넣고 15분간 찜질을 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찜질방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를 만난 A씨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자신의 질환을 설명했고 C씨는 10일 만에 찜질을 통해 당뇨병을 고친 사례 등을 알려주며 효소찜질을 권했다. C씨는 꾸준히 반복적으로 효소찜질을 하면 몸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에 나온 곳이어서 C씨의 말을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C씨가 알려준 대로 뜨거운 효소로 몸을 다 덮는 방법으로 찜질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뜨거움을 참지 못해 찜질을 그만하겠다고 B씨에게 말했지만 C씨는 ‘15분을 다 채워야 한다’고 A씨를 설득했다. 그려면서 정 뜨거우면 손과 발만을 밖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통증을 참을 수 없던 A씨는 찜질을 중단했으나 발뒤꿈치와 무릎, 엉덩이에 큰 물집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발뒤꿈치에 생긴 물집을 C씨에게 보여줬지만 C씨는 ‘몸속의 독소가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물집이 많이 부풀어 오르면 집에 가서 물집을 터트리지 말고 바늘에 실을 꿰어 물을 빼내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C씨는 “효소찜질방에 왔던 분들을 같은 방법으로 각종 질병을 고쳤다”며 "몸속의 독소가 약한 부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C씨의 말만 믿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통증 등 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발목과 발뒤꿈치, 무, 엉덩이 등에 심재성 2도 화상 진단으로 25㎝ 가량의 피부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 A씨는 한달여 넘게 병원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찜질방에 연락, 치료비 보상 등 보험처리를 요구했으나 “당뇨병이 있는데, 병원에서 피부 이식을 받으면 궤양이 생길 수 있으니 다시 찾아오면 효소찜질로 낫게 해주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효소찜질방에서 입은 2도 화상으로 치료 중인 피해자의 상처. 제보자 제공

더욱이 이 찜질방은 배상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이 보상이 어려웠고 지난달 23일 한 달 만에 연락이 이뤄진 찜질방 대표 C씨로부터 치료가 다 끝난 뒤 병원비를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다시 연락이 끊겼다. 

A씨와 같은 피해자는 또 있다. 

D씨는 지난달 7일 해당 찜질방을 찾았다가 A씨와 비슷한 상처를 입었다. D씨는 “병원에서 2도 화상 진단을 받았고, C씨로부터 병원비 전액과 위자료를 약속받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해당 찜질방은 허가를 받지 않은 업소인 사실도 확인됐다. 

평창군 관계자는 “무허가로 운영되는 불법시설이라 계도를 했다”며 “또 여러 가지 법 위반이 확인돼, 각 부서에서 고발조치를 했고 한 달 전부터 경찰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대표 C씨가 사망, A씨 등은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A씨는 "지상파 방송을 믿고 찾아갔던 곳인데, 고객들이 화상에 대한 사고 위험에도 안전은 나몰라라했던 불법 영업소였다"며 “갑자기 부고 연락까지 받아 피해보상은 어디서 받아야 할지 막막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찜질방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이곳 관계자는 경기일보에 “당시 피해자들을 안내했던 업체 대표가 사망한 상태”라는 답변만 내놨다.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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