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는 감면? 박성중 '수신료 갈취 거부법' 논란

노지민 기자 2023. 7. 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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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유료 방송 대가와 다른 성격이란 판례 수차례 나와" 반박
언론노조 KBS본부 "언론자유 압살 법안 밀어붙이는 의원이 '세금 갈취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수신료 갈취 거부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TV수상기가 있어도 KBS 방송을 보지 않거나 유료방송을 이용하면 TV수신료를 감면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이 체계적인 수신료 제도 논의 없이 혼란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박성중 의원은 수신료 납부 의무와 예외를 규정한 방송법 제64조를 일부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TV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되,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수상기에 대해선 수상기 등록이나 수신료 전부·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수상기 등록 면제나 수신료 감면 대상에 “텔레비전방송의 시청에 사용되지 아니하거나 유료방송(IPTV·SO·위성방송)에 사용되는 단말·수상기”를 추가하겠다는 것이 박성중 의원안이다.

▲2023년 7월21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며 “2022년 기준으로 KBS가 TV수상기 미소지자에게 수신료를 잘못 부과한 건수도 5만9000여건이 넘고, 미등록 수상기에 대한 총징수액이 22억 원”이라며 “국민들은 전입, 전출, 이사를 하거나, 수상기를 양도, 폐기, 말소 등을 하면서 TV수상기를 미소지하거나 시청 자체를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등록변경신고 파악을 하지 않아 오랜기간 전기료와 깜깜이로 수신료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가 방송법에 따른 수신료 면제 대상인 학교 시청각실과 이름 하나 다르다고 돌봄교실 등에 있는 미등록 수상기에 대해 추징금 1년치만 부과하라는 법제처, 방통위, 감사원의 지적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5년치분의 미납 수신료를 부과하는 횡포에 대해 알려드린 바 있다”고 말한 뒤 “KBS는 국민에게 2500원을 수신료로 갈취하면서 또 콘텐츠 사용료로 IPTV, SO, 위성방송 즉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매년 1300억 원씩 최근 7년간 총 7000억 원을 넘게 이중으로 요금을 갈취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KBS는 박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BS는 우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수신료가 유료 방송의 대가와 다른 성격임을 밝히는 명백한 판단이 수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이중갈취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들에게 혼란만을 주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1일 성명을 내고 “이미 헌법재판소는 수신료가 KBS 시청에 따른 대가지불이 아니라, 미디어 공공성의 근간인 공영방송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이 부담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규정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이미 헌재에서 확인된 수신료의 의미와 기능을 모조리 무시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기능인 공영방송 재원을 망가뜨리는 위헌적 법안을 발의하며 날뛰는 이유는 자명하다. 방송장악 때문”이라고 밝혔다.

KBS는 또 “박성중 의원이 주장한 5만9000건은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다가 폐기, 양도 등으로 더 이상 TV수상기를 보유하지 않게 되어 수상기 등록을 말소한 경우 등을 포함한 전체 등록말소 건수로서 수신료를 잘못 부과한 건수와는 다른 수치”라며 “미등록 수상기에 대한 징수액 22억 원은 TV 수상기를 소지하고도 장기간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은 국가기관 등에 소급하여 징수한 수신료”라고 밝혔다.

▲2023년 7월3일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또 학교 돌봄교실 등 수신료 부과에 대해선 “학교의 교실 또는 시청각실에 교육목적으로 갖추고 있는 수상기 이외의 수상기는 등록면제 대상이 아니므로 수신료 부과 대상”이라며 “다만 KBS는 학교 내의 시설이 다변화하고, 학교의 교육 영역과 방법이 다원화되어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과 학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신료 부과 대상자와의 충분한 협의와 현장확인 등을 거쳐 신중하게 수신료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법제처·방통위·감사원과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 수상기 '등록'인지 '소지'인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면서 “(감사원) 재심의 결과에 따라 수신료 부과 기준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고 “얼토당토 않은 언론관으로 언론자유를 압살할 법안을 밀어붙이는 의원들이야 말로 '세금 갈취범'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듯 공적제도인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비용을 TV수상기 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더욱이 수신료는 KBS뿐만 아니라 EBS도 해당되는 재원”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어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나오는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그릇된 언론관 때문”이라며 “정부여당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목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언론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박성중 의원이 주최한 '공영방송 개혁' 토론회에서 “고지가 다가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철규 의원이 말한 고지가 대통령실의 공영방송 장악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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