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킹' 변상일 vs '최강 여제' 최정
변 "반드시 우승하겠다"
2년 연속 2위, 한 풀 기회
춘란배 우승으로 상승세
최 "큰 대회 경험 더 많다"
韓 여자기사론 첫 결승 진출
우승 땐 '대회 첫 여제' 기록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변상일 9단)
"전투바둑으로는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다."(최정 9단)
지난해 12월 5일 역대 최다 인원인 302명이 출전해 예선전을 시작한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이 8개월이 넘는 긴 여정 끝에 최후의 맞대결만 남겨뒀다.
신진서에게 막혀 이 대회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변상일 9단과 GS칼텍스배 사상 첫 여성 우승자 자리를 노리는 최정 9단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역사적인 맞대결에 바둑 팬들은 '최고의 빅매치'라며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5판 3선승제로 치러지는 결승전의 첫 경기는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바로 이어 24일 2국을 치른 뒤 휴식을 갖고 31일 3국에 이어 8월 9일과 10일 각각 4·5국이 예정돼 있다.
특히 변상일과 최정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대회 6연패를 노렸던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16강에서 백홍석 9단에게 덜미를 잡히며 '천적'이 사라졌다. 최정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에서 신진서에게 지며 '여성 기사 최초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의 꿈이 좌절됐고 변상일은 지난 2년간 모두 신진서에게 막혀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세기의 대결'. 우승상금도 승부욕을 자극한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국내 최대 종합기전으로, 우승상금이 7000만원인데 이는 국내 기전 중에서 가장 많다.
변상일은 올해 3년 연속으로 GS칼텍스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신진서에게 각각 2대3, 0대3으로 패하며 우승을 목전에 두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그리고 올해 3년 연속 결승에 진출해 '2전 3기' 우승을 노린다.
변상일은 최정을 상대로 7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이지만 유일한 패배가 치명적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최정을 상대한 변상일은 패색이 짙어지자 갑자기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는 모습이 TV 중계에 고스란히 잡혔다. 여자 기사에게 패해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은 변상일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상처가 됐다. 이후 변상일은 곧장 최정에게 사과했고 카카오톡 메인에 반성의 글을 올렸다.
이후 올해 두 번의 맞대결에서 변상일이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배의 아픔은 씻을 수 없다. 당연히 '국내 최고 기전' 결승에서 깨끗하게 설욕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는 제대로 흐름을 탔다. 그렇게 원하던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변상일은 최근 열린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프로 입단 후 무려 11년7개월 만에 일궈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매번 메이저 세계대회는 근처에도 못 가고 떨어져서 너무 힘들었다"고 이제야 속마음을 털어놓은 변상일은 "이번 우승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더 많이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 변상일은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전에 대해서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짧지만 강한 각오를 내비쳤다.
올해 GS칼텍스배 본선에 오른 유일한 여성 기사 최정은 생애 처음으로 결승까지 무서운 기세로 올라왔다. 새 기록이다. 여성 기사 중에서 2000년 GS칼텍스배의 전신인 제5기 LG정유배에서 준우승을 거뒀던 '철녀' 루이나이웨이(중국) 이후 23년 만의 결승행. 특히 한국 국적 여성 기사 중 종합기전 결승에 진출한 것은 최정이 처음이다.
최정의 GS칼텍스배 본선은 5년 전 32강에 이어 두 번째.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시작해 4연승을 거둬 본선에 올랐다. 이어 류민형 8단, 강동윤 9단, 신민준 9단, 박진솔 9단을 차례로 꺾고 새 기록을 냈다. 이제 최정은 GS칼텍스배 사상 여성 기사 최초의 우승자 자리까지 노린다.
최정은 변상일을 상대로 무려 7패를 당했지만 단 한 번의 좋은 기억으로 자신감이 넘친다. 작년 삼성화재배에서 변상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승리. 당시 최정은 여성 기사로는 세계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앞서 결승 진출 확정 후 최정은 "GS칼텍스배는 내가 정말 잘하고 싶었던 기전인데, 국내 종합기전 첫 결승을 여기서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변상일은 강한 상대다. 하지만 큰 승부 경험은 내가 더 많다"고 자신감을 보인 뒤 "난 전투바둑으로는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다. 충분히 할 만하다"며 '최초 GS칼텍스배 여제'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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