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절판 마케팅
"세일 70%, 80%는 가격 인하율이 아니에요. '내가 살 확률'이에요. 가게 앞에 '사장님이 미쳤어요'라고 써 있죠? 아니에요, 사장님은 멀쩡해요. 미친 건 (그 물건을 사는) 나예요."
개그맨 박영진 씨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나에게 하는 선물에도 김영란법(3만원 미만으로 소비하라는 의미)을 적용하라'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평생 따지면 70번, 80번이다. 핑계 대고 돈 쓰지 마라' 등 주옥같은 잔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정곡을 찌른 말솜씨 덕에 별명도 '짠내 일타강사' 'NO 소비요정'이란다.
그러나 이런 재치로도 도도한 소비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세상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건지, 도처에서 더 사라고 또 사라고 부추긴다. 애쓰지 않아도 백만 가지 핑계가 떠오르니, 오늘도 월급은 통장을 스쳐간다.
장사의 달인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한정판·절판 마케팅이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외치는 '이 구성 단 한 번' '매진 임박'이라는 구호가 대표적이다. 저 말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른다. 앞으로도 살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금융업계에도 절판 마케팅이 흔하다. 최근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을 벌이자 당국이 제동을 걸었는데, 일부 모집인들이 '마지막 기회'라면서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다. 5~7년 납입하면 원금의 111%를 돌려받는다니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험 특성상 중도 해지하면 큰 손해를 본다. 사망 후 보장을 목표로 하는 종신보험 본연의 목적과 맞지도 않을뿐더러 장기적으로 보험사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보험사 사정이야 아무렴 어떤가, 나만 이득 보면 되지. 하지만 충동구매한 상품을 제대로 쓰는 경우가 드물듯,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입한 금융상품도 손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요는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멀리 보기 위해 결정을 미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들은 대부분,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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