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민원’이 학생인권 강화 탓? 이주호 “학생인권조례 재정비하겠다”

남지원 기자 2023. 7. 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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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계기로 전국 6개 시도에서 시행중인 학생인권조례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고 했다. 최근 잇따르는 교사에 대한 모욕이나 폭행, 악성 민원 등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린 것이다.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이 ‘학생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21일 오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고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여 교사들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돼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며 “개인의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다 보니 교사의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어려워졌고 나아가 교사 폭행과 명예훼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학생과 보호자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 학생 포상·조언·상담·주의·훈육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교총도 전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왜곡한 인권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 교권 추락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이후 교육활동 침해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보수진영이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부터 조사한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종합한 결과를 보면 2014년 4009건이던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15년 3458건, 2016년 2616건,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등으로 매년 줄다가 2019년 2662건으로 잠시 늘어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에는 1197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늘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도입됐는데, 학생인권조례 도입 후 오히려 교육활동 침해가 줄었던 셈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전국 17개 시도 중 6개 시도에서 다른 지역보다 교육활동 침해 사건이 특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육활동 침해 사건이 늘었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11개 시도의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의 주된 요구사항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보다는 대체로 아동학대 무고 등을 막기 위한 초중등교육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번 사건은 학부모의 ‘갑질 민원’으로 발생했는데 이게 학생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수업과 교육활동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하는 학생들을 제재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지도권을 강화하고 과도한 민원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학부모들이 공격적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자기 자식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길이 없어서인데 (학생인권조례를 약화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도 “학생인권조례를 계기로 학생 인권이 진전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양육환경이나 학생 및 보호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대해 사회적·법률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 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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