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의 컴파일] MZ 없는 MZ 놀이터
'MZ세대의 놀스팟'. 삼성전자가 체험형 매장 '삼성 강남'을 개장하며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다. MZ세대를 사로잡겠다며 내놓은 문구이지만, 자기들 세대가 지은 게 아니라는 건 대한민국 MZ세대라면 누구나 직감할 수 있다. MZ세대는 스스로를 MZ라고 칭하는 경우가 없으며 '놀스팟'도 좀처럼 그 세대에 어울리는 단어 선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정보기술(IT) 커뮤니티 이용자가 지적한 것처럼 "1020을 타깃으로 한 문구를 30대가 모여 만들고, 4050 입맛에 맞게 수정해 결재받은" 느낌을 물씬 풍길 뿐이다.
실제로 지난달 방문한 이 매장에서는 MZ세대를 끌어들이겠다는 부단한 노력이 느껴졌다. 층마다 밝은 파스텔톤으로 실내를 장식하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 좋게 1층 입구에 큰 곰인형을 뒀다. 매장 직원 연령을 평균 29.8세로 맞추는가 하면, 서울 성수동에서 잘나간다는 카페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독창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면 통유리로 외관을 장식한다든지, 벽면에 격자무늬를 새겨 액세서리를 걸어놓은 부분에서 경쟁사 매장을 참고한 흔적이 역력했다. 기존에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스토어' 등으로 짓던 매장 이름도 '삼성'으로 간략화했다. 경쟁사가 '애플스토어' 이름을 '애플'로 바꾼 지 꼭 7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MZ세대에 공들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갤럭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갤럭시 점유율은 32%로, 아이폰(65%)의 절반에 그쳤다. 지난해 6월 조사(갤럭시 44%·아이폰 52%)와 비교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아직 4050세대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지만 분명 미래에는 적신호다.
원인은 간단하다. 디자인과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소비자 사이에서 갤럭시는 이른바 '아재폰'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 광고에 '쌉가능' '머선129' 같은 철 지난 유행어가 쓰인 사례가 '짤방(유머 사진)'으로 돌아다니곤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한 가지 사례가 있다. 지난달 MZ세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삼성 '모바일 에티켓' 관련 공지가 화제였다. 임원과의 만찬 막바지에 한 참석자가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고 상황'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식사 전 휴대전화를 수거하겠다는 것이다. MZ세대 직원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하는 회사에서 만든 휴대전화가 잘 팔리겠느냐"는 댓글이 쏟아졌다.
사실 MZ세대가 이탈하는 현상은 비단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노동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사무관이 공직사회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공무원 준비생이 몰려드는 노량진 분위기가 옛날 같지 않다는 얘기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속한 미디어 시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다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검색하지, 뉴스를 찾아본다는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21일 네이버 데이터랩 뉴스 통계를 보니 10·20대 댓글 작성자 비율이 채 3%를 넘지 못한다. 갤럭시와 MZ세대 기자의 고민이 겹쳐 보인다.
[김대은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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