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진품 논란’ 故 천경자 유족, 국가배상소송 1심서 패소

안경준 2023. 7.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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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인데도 검찰이 진품이라고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김 교수는 2016년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 당시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정신적인 피해를 봤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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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화백 딸 김정희 교수, 국가 상대 1억원 손해배상청구
위작 논란 당시 檢 불법 수사 통해 진품 결론내렸다 주장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인데도 검찰이 진품이라고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 당시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정신적인 피해를 봤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해당 작품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 중인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미술관 측은 진품이라고 맞서며 논란이 계속됐다.

김교수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작품 감정을 의뢰해 2015년 12월 해당작품이 진품일 확률은 ‘0.00002%’라는 결과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5개월가량 후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교수는 이들이 진품이 아니라는 작가 의견을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천 화백 명예를 훼손했으며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면서 전시하는 등 공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등을 통한 검증과 전문가 감정 등을 거친 결과 진품에서 보이는 천 화백의 붓터치, 선의 묘사 등 특유의 기법이 미인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며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2016년 12월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수 측은 수사결과에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김 교수는 검찰이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고,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감정위원에게 알려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회유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과정에 참여한 감정위원이 수사검사로부터 ‘이 작품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는 했다”면서도 해당 증언은 “수사로부터 6년이 지난 상태에서 당시의 인상이나 느낌을 토대로 한 진술”이라며 검찰의 회유 시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정적인 표현이 아닌 ‘진품으로 판단됨’이라는 수사 결과를 표현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결과 보도자료에 기재된 ‘수사 과정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표현 역시 그 자체로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수사기관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교수는 “재판부가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고, 저는 자식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교수 측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및 추가적인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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