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사이에 떠 있는 환경부 4대강 공무원들
감사원의 4대강에 대한 다섯번째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어요.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정말 유서 깊어요. 이 사업에 정말 ‘진심’인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박근혜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까지, 이전에도 네 차례나 감사가 진행됐거든요.
다들 4대강 감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 빈대떡 뒤집듯 바뀌었다고 하는데, 의외로 보수·진보 정부 할 것 없이 감사원은 나름 비판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어요. 모르셨죠? 감사원은 4대강 보는 홍수와 가뭄 방지에 별반 효과가 없고, 수질을 악화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해왔어요.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시행된 2차 감사 때부터는 내용과 강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갈수록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큰 그림을 그려나갔죠.
■ 서둘러 ‘보 존치, 과감한 준설’ 발표한 환경부
가장 중요한 게 2차 감사와 4차 감사인데요.
2차 감사에서 감사원은 ‘4대강 사업 목적이 홍수 예방과 가뭄 해결과 무관하다’고 지적해요. 또한 16개 보로 인해 4대강이 ‘호소’(호수와 늪처럼 정체된 물) 환경에 가까워졌는데도, 이를 잘 반영하는 수질 지표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대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를 쓴 꼼수도 밝혀냈고요.
그러다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들어서죠. 4대강 재자연화는 녹조를 일으키고 수생태를 단순화시킨 주범인 보의 수문을 해체하거나 개방하는 방식으로, 4대강을 과거의 자연적인 강으로 되돌리자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관련 학계, 환경단체 등으로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해요. 그 결과, 낙동강과 한강은 좀 더 두고 보기로 했고, 금강과 영산강은 5개 보의 부분 해체 및 완전 개방을 하기로 한 거죠. 그리고 이러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은 2021년 2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돼요. 다만 ‘지역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말까지 실제로 보 해체가 진행된 건 없지만요.
문재인 정부 때도 감사원은 감사를 벌였어요. 네번째 감사에서 감사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전제하고 수심 6m까지 파라’고 지시한 내용을 밝혀냈어요. 외부 전문가 용역을 통해 수질 분석도 새로 했고요.
그런데 지난해 ‘4대강 보 존치 및 재활용’을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지난 봄 광주·전남에 가뭄이 극성을 부리자 윤 대통령은 ‘방치된 보를 활용하라’고 지시를 내렸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4대강 투어’를 하며 군불을 땠어요.
그리고 짜잔! 21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이뤄진 경제성 분석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를 특정단체(환경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불공정하게 구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다섯번째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어요.
기다렸다는 듯, 환경부는 이날 곧장 ‘4대강 16개 보 존치’와 ‘재자연화 폐기’를 선언해요. 한발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건설 계획처럼 “과감한 댐 건설과 준설”로 나아가겠다고 발표하죠.
■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오해
그런데, 잠깐!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어요. 감사원은 결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잘못됐으니 폐기하라고 한 적이 없어요!
20일 나온 102쪽짜리 감사보고서를 볼까요? 결론적으로 감사원은 환경부에 이렇게 ‘통보’해요.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57쪽)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보 부분해체 등)의 조사 및 분석이 잘못됐으니, 그걸 다시 해보라고 한 거죠. 환경부가 하는 행동처럼, 보 처리 방안 그 자체가 잘못됐으니, 폐기하라고 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환경부는 발표 당일 서둘러 “국민 이익을 위해 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재심의하겠다”고 밝혀요. 감사원의 통보를 과대해석한 거 아닌가요? 감사원의 통보를 따르자면, 우선 과학적 데이터에 따라 조사를 다시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보를 존치하든지 해체하든지 해야 될 텐데요. 환경부는 감사원이 ‘통보’한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 내용은 하나도 발표하지 않았어요.
21일, 환경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어요. 역시나 당장 전면적인 추가 조사가 이뤄지진 않을 거 같더군요.
그의 말이에요. “지난 4월 하굿둑과 보, 댐을 연계 운영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니터링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그런 과정을 해나가야겠죠. 예전에 보 평가를 할 때, 해체·존치·상시 개방·탄력 운영 등 네가지 대안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정부 정책 방향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하천에 좋은 영향은 늘리고 안 좋은 영향은 최소화하는 과학적인 연계 방안을 찾아 나가려고 합니다.”
■ ‘직권남용’ 아니면 ‘직무유기’밖에 없는 공무원들
환경부는 어째서 감사원의 권고를 ‘점프’해서, 바로 보 존치라는 결론을 발표했을까요?
다시 이야기해볼게요. 이번에 감사원이 지적한 건 금강·영산강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때 부정확한 자료로 분석이 이뤄졌다는 거예요. 보를 해체했을 때 수질·수생태계에 개선에 따른 편익을 계산해야 하는데, ‘보 개방’ 기준의 데이터를 쓰기엔 (보 개방) 기간이 충분치 않아 ‘보 설치 전’ 데이터를 쓴 게 적절치 않았다는 거예요.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의 사회·경제분과에 있었던 민간위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당시 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어요. 찬반 토론도 이뤄졌고… 어쨌든 그렇게 결정 내린 거죠. 그런데 차후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해 나온 ‘한강·낙동강 보 해체 경제성 보고서’에서는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해 분석했어요. 결과요? 당연히 보 해체가 경제성이 높다고 나왔죠.”
환경단체는 이런 것 등을 근거로 다시 한 번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도, ‘보 해체’ 결론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자신해요. 혹시 환경부도 이런 사실을 의식해 감사원의 재조사 권고를 건너뛰고, ‘급발진’해 보를 존치하겠다고 선언한 건 아닐까요? (감사원도 기존 네차례의 감사를 부정하는 결과를 차마 내놓을 순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러니, ‘정치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거죠.)
또다시 우리나라 강은 혼란에 빠지고 있어요.
이것 말고도 걱정되는 게 있어요. 이번 감사는 공직 사회에 몹시 나쁜 선례를 남겼어요.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조사·평가단장과 담당 팀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어요. 환경단체 인사들을 민간 전문위원회에 불공정하게 선정되도록 했다는 거죠
최근 환경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직권남용’, 그렇다고 일을 안 하면 ‘직무유기’로 검찰에 불려간다는 말이 돌아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만 있고 중간지대는 없는, 극단의 정치가 공직 사회를 지배하는 거죠.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눈치껏 시류를 보며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살아남게 되겠죠.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공직 사회의 불행이자, 대한민국의 불행이에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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