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걱정 마”...실종 전날 故채수근 상병은 친구 먼저 다독였다
휴가 반납·알바 빼며 3일장 지키기로
“수근이는 배울 점 많던 친구”
지난 19일 경북 예천의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故 채수근(20) 상병은 사고 전날까지도 “힘들지만 괜찮다, 걱정말라”며 친구를 다독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 상병의 친구들은 “자상했고 성실했던 수근이”로 채 상병을 기억했다.
21일 채 상병의 빈소에는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기 위해 전북 남원에서 경북 포항까지 200km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와 선후배 등 10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채 상병의 친구들은 “(채 상병이)친구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주성(20)씨는 채 상병이 사고를 당하기 전날인 지난 18일 영상 통화를 나눈게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최씨는 “상황이 걱정돼 괜찮냐고 물어보니 ‘선임들이랑 밥 잘 먹고 부대에서 예쁨받고 있다’ ‘힘들지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오히려 안심을 시켜줬다”고 말했다. 또 “수근이는 늘 그렇게 속이 깊어 친구면서도 형 같았다”고 말했다.
유치원 때부터 15년간 채 상병과 친구이면서 해병대 선임이었던 방경륜(20) 병장은 지난 19일 말년 휴가 첫날에 채 상병 사고 소식을 접했다. 방 병장은 친구의 사망 소식에 휴가를 반납하고 다시 소속 부대인 1사단으로 복귀해 유가족들과 함께 빈소에서 친구의 3일장을 치르고 있다.
방 병장은 “지난 주 토요일(15일)에 수근이와 밥을 먹은게 마지막 만남”이라면서 “(내가)전역하기 전까지 수영을 더 잘하도록 가르쳐주겠다고 수근이에게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사고 전날 채 상병과 문자를 나눈 후배 정인환(19)씨는 “형이 대민지원을 한다기에 농수로 공사 정도인줄 알았는데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는다고 하더라”면서 “형이 너무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결국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점에 대해 친구들은 “전문적으로 수색 훈련을 받지도 않은 수근이가 수색 작업을 한 것도, 구명 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친구들이 기억하는 채 상병은 가수 박효신과 환희의 노래를 좋아하던 대학생이었다. 전공을 살린 건축가나 평소 좋아하던 운동을 따라 헬스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채 상병은 올해 10월에 첫 휴가가 예정돼 있었지만, 결국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보지 못한 채 숨졌다.
채 상병의 친구들은 오는 22일 열릴 영결식까지 빈소를 지킨 뒤, 안장지인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는 채 상병에게 국가 안전 보장에 공훈을 세운 이에게 추서하는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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