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사흘 지나도 오리무중…美 수소문에도 北 '무반응'
월북 동기 여전히 미스터리…北 체제선전·협상카드로 이용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 이병이 지난 18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미국 정부가 킹에 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아이작 테일러 대령은 남측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킹의 월북과 관련해 핫라인으로 북한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테일러 대령은 "우리는 그들(북한)과 연락했고 그들이 우리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북한에 반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유엔을 포함한 여러 채널이 있지만 아직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도 아직 킹의 월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킹 이병이 지금 어디에 있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무슨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킹의 위치나 건강 상태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한 당국자는 킹이 군사분계선을 건너자마자 바로 승합차에 실려 갔다며, 킹이 북한 수도 평양으로 이송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킹이 월북한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동기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당시 같은 투어 그룹에 속해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킹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은 월북 하루 전인 17일 미국 댈러스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타지 않고 인천공항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킹이 미국에서 군 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월북을 결심했다고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모친도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킹이 며칠 전 통화에서 미국으로 조만간 돌아간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트래비스가 그렇게 (월북을)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킹 사건에 대한 북미 간 조율이 원만하게 진행될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BC 방송은 북한의 침묵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간 소통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색된 대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소통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가뜩이나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폐쇄적으로 변했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인적 왕래를 중단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북한도 서서히 무역을 재개하고 있지만 국경 통행 문제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킹이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더라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지난 3년 동안 북한 입국이 허용된 인물은 신임 중국대사 등 일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제한이 끝날 때까지 이 군인(킹)은 북한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코로나19 제한을 해제하기까지 2∼4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킹 이병을 체제 선전이나 대미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킹을 선전도구로 활용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판단하면 그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AP 통신에 "그들(북한)은 그(킹)가 (선전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아니라고 여긴다면 이미 취약해진 (미국과) 관계를 더 악화하지 않으려고 바로 그를 돌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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