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들 “학교 현장, 만연한 폭력에 임계점 도달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생님이 죽어야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들이 이제 임계점에 도달하신 것 같아요.”
22년 교직생활의 절반 가까이 1학년을 가르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21일 통화에서 말했다. A씨를 비롯한 교사들은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의 폭행 피해와 교내 자살 사건에 크게 공분하는 모습이었다.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이날 인터뷰한 초등학교 교사들은 교사 대상 폭언과 폭행, 악성민원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A씨는 “양천 폭행 소식을 듣고 사실 놀라지 않았다”면서 “교사가 학생에게 당하는 폭행과 학부모에게 듣는 폭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사 커뮤니티에서 얘기되고 있었다. 전국의 어느 교사를 붙잡고 물어봐도 모두 경험한 적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특히 젊은 여성 교사일수록 피해가 심하다고 했다. 이씨는 “학부모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고년차 여교사는 ‘교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반면 젊은 여선생들은 ‘휘두를 수 있다’고 여긴다”면서 “제가 신규 2년차일 때도 하녀 부리듯 하는 보호자들이 많아 힘들었다. ‘지하철 사고라도 나서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경험한 악성민원은 소위 ‘강남’ ‘전문직’ 등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직업군의 학부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A씨는 “이전에 있던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갑작스럽게 물건을 던지는 학생을 보고 놀라서 ‘하지말라’고 소리만 질러도 ‘정서학대’라고 하거나, 뾰족한 가위로 위협하는 학생의 팔을 잡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 중에는 한숨을 쉬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해한다”면서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조금도 손해보려 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커지면서 교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지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학생을 바른 길로 계도하기 위한 교사의 행위가 ‘아동학대’로 취급당하는 것을 두고 “손발을 묶어두는 느낌”이라고 했다. A씨는 “교사들이 무엇을 하든 아동학대에 걸릴까 고민하니 점점 방어적으로 교육할 수밖에 없다”면서 “꿈을 갖고 교직에 온 선생님들 처지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니 면직율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학생인권과 교권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교사의 교수 권리를 보장할 때 교실의 아이들도 안전해질 수 있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교실에서 난동부리는 아이를 ‘어찌저찌 1년만 버티고 올려보내자’는 생각으로 버티는데,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폭탄돌리기에 불과하다”며 “아동이 문제행동을 보일 때 즉시 분리돼 행동치료와 보호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민원 창구를 교장이나 교감 같은 관리자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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