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영혼에 홀려 월북 시도한 남자…"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려 쓴 소설"

진달래 2023. 7. 21. 16: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모할머니가 87세이신데, 아직도 북한의 고향 땅을 밟고 가족들을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망하면 이런 꿈들도 사라지는데, 그 이야기를 이어나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첫 장편소설 '핵가족'으로 전미도서재단으로부터 '35세 이하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에 꼽힌 한국계 미국 작가 한요셉(32). 미국 문단의 호평에 힘입어 최근 한국어판(위즈덤하우스 발행)을 출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핵가족' 낸 한국계 美 작가 한요셉
월북 미군 소식에 "소설과 흡사해 깜짝"
"정신적·물리적 장벽을 넘을 용기, 곧 평화로"
첫 장편소설 '핵가족'을 출간한 한요셉 작가는 하와이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 박사 학위를 받았고 잡지 '조이랜드' 서부지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Huan He 위즈덤하우스 제공

"이모할머니가 87세이신데, 아직도 북한의 고향 땅을 밟고 가족들을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망하면 이런 꿈들도 사라지는데, 그 이야기를 이어나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첫 장편소설 '핵가족'으로 전미도서재단으로부터 '35세 이하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에 꼽힌 한국계 미국 작가 한요셉(32). 미국 문단의 호평에 힘입어 최근 한국어판(위즈덤하우스 발행)을 출간했다. 20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저에게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제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소설은 실향민으로 사망한 혼령 '태우'가 우연히 만난 자신의 손자 '제이컵'의 몸을 빌려 월북을 시도한다는 독특한 발상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간 제이컵은 할아버지 태우와 보내는 기묘한 시간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자각하는 등 가족과 자기 자신에 대해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발생한 주한미군의 월북 사건을 이날 간담회 직전에 전해 들었다는 작가는 "소설과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분단이란 게 얼마나 작위적인가를 한 번 더 느꼈다"면서 남북을 가르고 있는 장벽을 "물리적이면서도 정신적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끊임없이 장벽 뛰어넘기를 시도하는 혼령 태우를 소설 첫 장면부터 그린 건 그 용기를 조명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생각에 가로막혀서 한 걸음도 떼기 어려울 때 힘을 내면 선조들이 갈망한 평화가 선뜻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핵가족·한요셉 지음·박지선 옮김·416쪽·1만7,500원

두 살 무렵 이민을 간 작가에게는 한국과 하와이가 모두 소중한 고향이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설에도 그런 시각이 잘 드러난다. 백인들의 팽창주의와 전쟁의 광기 속에 하와이 왕국이 미국에 복속되는 역사, 미군 주둔으로 인한 문제들, 이데올로기 전쟁 이후 지속되는 분열 등을 서사 곳곳에 녹여냈다. 그의 목표는 '핵가족'을 포함한 '하와이의 한국계 디아스포라 문학(이산문학) 3부작' 집필이다. 단편집은 이미 탈고했고 장편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하와이 교포사회나 한국 교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이산문학이 "제2의 고향과도 같다"고 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배경(한국계 이민자)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더 큰 서사 안에서 연결돼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쓰면서 선배 작가인 노라 옥자 켈러(소설 '종군위안부' 지은이)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는 한요셉은 "언젠가 제 책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길 바란다"고 꿈을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