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수출 1위’ 인도, 물량 절반 수출금지…곡물시장 ‘요동’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반출 규모를 약 절반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다. 인도의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요동치는 세계 곡물시장은 더 혼란을 빚게 됐다. 식량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도 가중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비(非)바스마티 백미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앞서 부스러진 쌀알(싸라기) 수출을 제한한 상태라, 이번 조치로 쌀수출 제한 범위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
바스마티쌀은 길고 홀쭉한 형태의 쌀로, 인도나 파키스탄 등의 남아시아에서 주로 경작된다. 인도는 지난해 약 2200만t의 쌀을 수출했는데, 비바스마티 백미와 싸라기가 이 중 거의 절반인 1000만t을 차지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곡물 시장이 요동치자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번 조치를 도입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몬순 우기 폭우로 경작지에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쌀 소매 가격이 한 달간 3% 상승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식량과 관련된 인플레이션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식량 안보’ 우려가 일자 밀과 설탕의 수출 물량을 제한한 바 있다. 같은해 9월에는 쌀 생산량이 줄어들자 싸라기의 수출을 금지했고, 일부 쌀 품종에 대해서는 20%의 수출관세를 부과했다.
인도 정부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선언 등으로 불안해진 전세계 곡물 시장에 더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특히 전세계 쌀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국가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크리슈나 라오 인도 쌀수출협회장은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 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며 “(쌀수출 2, 3위국인) 태국과 베트남은 부족분을 충당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며 아프리카 바이어들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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