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재가요양 실비 보장"…도덕적 해이 부를까

김희정 2023. 7. 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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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비용 내주는 DB손보 '요양 실손보장보험'
'장기요양보험 자기부담금' 줄여 공보험 누수 우려

DB손해보험이 이달 새로 출시한 '장기요양 실손보장보험(이하 요양 실손보험)'을 두고 동종업계 내에서 긴장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요양원(시설급여) 및 방문요양(재가급여) 서비스에 대해 보장 한도 내에서 실비로 다달이 지급받을 수 있는 게 이 상품의 특징이다. 

이 상품이 소비자 관심을 끄는 건 경쟁사들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반면 일종의 보험금 청구 제한 장치인 자기부담금(자신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몫)이 없다는 점에서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과도하게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시대 늘어날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장기요양보험 자기부담금 메워주는 요양실비보험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의 요양 실손보험 신상품은 장기요양 1~5등급을 받고 요양원 또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보장해준다. 매월 요양원 등은 70만원, 방문요양 서비스 등은 30만원 한도다.

특약에 가입하면 비급여 항목인 식재료비와 상급침실이용 비용 등을 매월 각각 60만원 한도로 추가 보장받을 수 있다. 방문요양의 경우 특약 가입 시 1·2등급 1일 최대 6만원으로 총 120만원(월 20회)을 더 보장받을 수 있다.

기존의 요양 관련 보험은 장기요양 등급에 따라 일회성 진단금을 지급하는 데 그친다. 요양원이나 방문요양 비용을 매달 보장하는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에서는 보장하지 않는 면책 사항이다.

치매·노인요양원 등 요양원, 요양·복지시설 등은 돌봄서비스가 목적으로 실제 의료행위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DB손보는 이 보장항목에 대해 보험업계의 특허권이라고 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요양 실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없다는 점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뒤따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이 요양 실손보험이 초기 실손보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과거 의료비를 100% 보장하는 1세대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은 의료 이용량을 늘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하고, 동시에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실까지 유발한 전력이 있다.▷관련기사 : [논란의 실손보험]②'100% 보장'이 낳은 악순환(2022년 1월7일)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어 일부 가입자와 병·의원의 보험금 빼먹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이후 실손보험부터 보장 혜택을 축소하거나 자기부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상품구조를 바꿔왔다. '우선 팔고 보자'는 영업논리에 밀려 누수 요인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다. 그 비용은 다수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왔다.

DB손보 "등급 요건이 도덕적 해이 막아줄 것"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DB손보의 요양 실손보험은 공보험 재정고갈을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자기부담금이 없는 상품구조라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품이 많아져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 문턱이 낮아지면 장기요양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장기요양보험 누적 신청자수는 130만7231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4.3%다. 누적 인정자(보험금 지급)는 97만4702명으로 2021년 말 대비 2.2% 증가했다. 노인인구의 10.7%로 판정대비 인정률이 87.3%다.

지난해 통계청은 2025년이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고,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 인구 증가만큼 장기요양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DB손보 측은 등급 자격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번질 염려는 적다는 입장이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노후 요양·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는 상품이며, 장기요양보험에서 인정하는 등급을 받아야 하는 등 자격이 제한되므로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담보(상품)일 경우 금감원에 사전 신고 및 적정성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정액을 지급하는 요양 관련 보험상품이 이미 있고, 이와 비슷한 담보의 실손비용을 보장하는 것인 만큼 출시에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상품 심사 기준상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서는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며 "향후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품변경 공고를 하는 방법으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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