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주가폭락’ 테슬라, 경쟁 업체들은 더 어렵다
미국 테슬라가 올해 2분기 한자릿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전기차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전망이 드리우고 있다.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수요 증가 속에 업체간 가격할인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그나마 테슬라여서 ‘기침’ 수준에서 끝났지, 제너럴모터스(GM)·포드·현대자동차 같은 후발주자들은 당분간 ‘감기몸살’에 시달릴 수 있다. 오로지 전기차만 파는 미국·중국 스타트업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심각하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3억99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했다고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4.6%에서 9.6%로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에 5000만원대 모델Y를 출시하는 등 올해 들어 대대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매출은 작년 2분기 대비 47% 늘어났지만 박리다매 여파로 이익률이 뚝 떨어졌다. ‘어닝 쇼크’로 인해 테슬라 주가는 20일 전일 대비 9.7% 폭락했다.
테슬라보다 늦게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 업체들의 사정이 더 나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2분기 1만5652대로 직전 분기에 비해 2만670대 줄었다. 간판 전기차 ‘캐딜락 리릭’과 ‘GMC 허머’가 각각 1348대와 47대 팔리는 데 그쳤다. GM의 맞수 포드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북미에서 전기차 판매량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판 전기차는 3만8457대로 지난해보다 11% 늘었지만, 기아 ‘EV6’ 판매량은 33.7% 감소하는 등 주요 모델 판매가 저조하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팔아서 번 돈으로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아직까지 전기차 팔아서 돈 버는 회사는 테슬라밖에 없다”며 “테슬라의 원가가 경쟁사보다 10~20%가량 낮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기존 업체들은 버틸 여력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는 2분기 전기차 ‘에어 세단’의 인도량이 1404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증권가 월스트리트 전망치(200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루시드는 1분기에도 적자 확대와 현금 소진에 시달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상황도 어둡다. 한때 ‘테슬라 킬러’로 불린 토종 스타트업 니오의 2분기 인도량은 2만3520대로 작년에 비해 6% 줄었다. 니오의 경쟁사 샤오펑의 인도량은 무려 32% 감소했다. 니오가 신차 1대를 팔 때 생기는 마진률도 지난해 1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5%로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면서 “전기차만 제작하는 업체들은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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