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전화에 '누군가의 가족' 통화연결음 필요...악성 민원 거를 장치 없어"
CBS 라디오 인터뷰
"'똑바로 앉아' 지적도 아동학대 신고"
"학생 지도할 권리 강화해야"
서울 양천구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 서초구 교사 사망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려면 교실마다 녹음 가능한 전화기를 설치하고 폭언을 자제하도록 하는 통화연결음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 통화연결음 문구 공모..."녹음되는 전화기도"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학부모 민원이 거의 담임교사에게 집중돼 있지만 악성 민원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장치가 하나도 없다"며 "교실로 전화했을 때 '서비스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지금 이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이런 통화연결음이라도 좀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교실에 녹음이 되는 전화기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많이 보급은 안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달 12일부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통화연결음 문구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협한다"며 단위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화연결음' 문구를 공모하고 있다. "학교 교육활동은 '교원지위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폭언이나 욕설은 삼가 달라" 등을 예시 문구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순 통화연결음을 제작할 예정이다.
"'똑바로 앉아'도 학대...아이들 지도 못 해"
전국의 교사들이 최근 교사 폭행, 사망 사건에 공분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쌓인 무력감과 분노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미숙 실장은 "친구를 때리거나 선생님을 때려도, 아이를 붙잡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학대에 몰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그런 생활지도를 할 수 없고, 교사가 제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금쪽이'(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활개 치니까 나머지 아이들도 피해자가 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분노감이 쌓여 있었다"며 "그러던 차에 양천구에서 폭행당한 선생님,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선생님이 나오면서 눌려 왔던 스트레스나 이런 것이 폭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특히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교사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까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실장은 "아이가 분명히 잘못한 행동을 해서 지적을 했는데 아이나 학부모의 기분이 나빠지면 정서적 학대가 된다"며 "기본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은 반성하도록 지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수업시간에 뒤로 돌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학생에게 교사가 '똑바로 앉아'라고 말해 그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 받은 지적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정서적 학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미워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적을 한다며 학부모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기 싫은 사과를 억지로 시키는 것, 교실에 전체적으로 있는데 한 아이만 지적을 하는 것, 이런 것도 전부 다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치원식 돌봄 바라는 부모...학생 지도 권리 강화돼야"
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많아진 이유도 짚었다. 그는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정말 많은 걸 챙겨주시는데 그런 거에 익숙하던 부모들이 학교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기를 원하신다"며 "그런데 학교에서는 교육 위주로 아이를 수업하고, 아이들도 본인이 싫은 것은 얘기를 하라고 교육받고 있는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유미숙 실장은 "(전국초등교사노조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고, 교권을 조금 더 강화하고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이 법안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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