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 아들’ 변재준, 절친과 함께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새역사
프리 부문에서도 결선 오르는 쾌거
물속에서 예술을 만드는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듀오가 역사를 쓰고 있다.
변재준(20)과 김지혜(20·이상 경희대)가 한국 선수 최초로 출전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경기 테크니컬과 프리 부문에서 모두 결선에 진출했다.
변재준-김지혜는 21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프리 예선에서 125.3708점(예술 점수 78.4000점·수행 점수 46.9708점)을 받아 15개 팀 중 11위에 올랐다. 이로써 예선 상위 12개 팀이 치르는 결선 무대에 올랐다.
앞서 변재준-김지혜는 15일 혼성 듀엣 테크니컬 예선에서 16개 팀 중 6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16일 열린 결선에선 10위에 오르며 세계 ‘톱 10′의 쾌거를 이뤘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수중 발레’로 기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새 명칭이다. 선수들은 음악에 맞춰 물속에서 연기를 펼치고, 체조의 기술과 발레의 예술성을 종합적으로 평가 받는다. 선수 인원에 따라 솔로(1명), 듀엣(2명), 혼성듀엣, 팀(4∼8명), 콤비네이션(10명)으로 구분한다. 정해진 규정 요소라는 기술을 연기하는 테크니컬 루틴과 규정 없이 자유롭게 연기를 펼치는 프리 루틴으로 나눠진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오랜 기간 동안 ‘금남(禁男)’의 영역이었다.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부터 남녀 혼성 듀엣 종목이 정식으로 도입됐는데, 한국이 이 종목에 출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변재준은 한국 남자 1호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로 이 부문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2018년 국제수영연맹 아티스틱 스위밍 월드시리즈 주니어 부문 듀엣 테크니컬에서 우승하며 국제 경쟁력을 과시했고, 2020년엔 국제수영연맹이 주최한 온라인 대회 ‘아티스틱스위밍 버추얼 챌린지’에서 주니어 남자 솔로와 혼성 듀엣 부문에 모두 우승했다. 아직 2호 선수도 없을 만큼 그는 척박한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생태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여태까지 세계선수권 출전을 하지 못했던 것도 남자 선수가 변재준 1명에 불과해 대표선발전을 못 치렀기 때문이다. 대한수영연맹도 그의 출전 명분을 그동안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서 혼성 듀엣 경기에 대표팀을 내보내기로 하면서 변재준은 마침내 세계선수권 무대에 설 기회를 잡았다.
변재준은 아버지의 음악적 감수성과 어머니의 뛰어난 운동 능력을 두루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1980~90년대에 ‘발라드 황태자’로 군림한 변진섭(57)이다. 그는 ‘희망 사항’ ‘너에게로 또다시’ ‘너무 늦었잖아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변재준의 어머니는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 출신으로 1993년 독일 뒤셀도르프 에이지 그룹 대회에서 주니어부 솔로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주영(45)씨다.
첫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변재준은 초중고교 및 대학 동문인 ‘절친’ 김지혜와 손발을 맞추며 담금질에 나섰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둘은 테크니컬과 프리 두 종목에서 모두 결선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내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경기 프리 부문 결선은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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