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야 하는데 글씨가 안 보여서”...버스 노선도 ‘깨알 글씨’에 헤매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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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 1165곳에 부착된 노선도 글씨가 작아 알아볼 수가 없다는 민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계층 간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자체별로 버스노선도 글씨를 키우면서, 동시에 노선도에 보조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버스노선도를 많이 부착해야 하는 정류장의 경우 모든 글씨를 키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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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만 찾는 버스 노선도
노선 ‘지나다니는 돋보기’ 등
“차별 없애는 디자인 도입해야”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버스정류장. 올해 일흔이 된 박모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헤매고 있었다. 벽면에는 시내버스 노선도가 빼곡히 붙어있었지만, 노안(老眼)이 온 탓에 노선도 속 깨알 같은 글씨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정류장에 다가오는 버스들을 멈춰 세웠다. 버스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기사에게 “목동에 가냐”고 물었지만 가지 않는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그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같은 정류장에 있던 학생에게 “목동 가는 버스를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학생은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켠 지 30초 만에 “674번 타세요”라고 박씨에게 답했다.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노선도가 ‘무용지물’이라는 노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글씨가 작고 빼곡해 잘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앱 사용에 능숙한 젊은 세대는 주로 휴대전화 속 지도 앱을 사용해 길을 찾지만 상당수 노년층은 노선도에 의존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버스노선도 글씨를 키우면서, 동시에 노선도에 보조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버스노선도 규격, 지자체가 정해...정류장 많을수록 글씨 작아진다
버스노선도의 글씨나 모양 등은 지자체별로 정해진다. 서울시의 경우 ‘가로변 시내버스 정류소 설치 및 운영지침’에 따라 500×200㎜ 크기로 노선도가 제작돼야 한다. 이 규격에 맞춰 버스가 지나는 모든 정류장을 기입해야 하다 보니 글씨가 작고 촘촘하게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운영지침대로 노선도를 만들어야 해 민원을 즉각 반영하긴 어렵고, 지침을 개정할 때 민원을 검토해서 반영할 순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민원들이 쌓여 글씨를 키운 지자체도 있다. 지난달 18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한 창원시의 경우, 한 달 만에 3000건이 넘는 민원이 쏟아졌다. 버스정류장 1165곳에 부착된 노선도 글씨가 작아 알아볼 수가 없다는 민원이었다. 하루 평균 100통 가까운 전화가 빗발치자 시에서는 노선도를 다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섰다. 글자를 키우고, 왕복 노선이 아닌 편도 노선으로 경로를 안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계층 간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자체별로 버스노선도 글씨를 키우면서, 동시에 노선도에 보조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버스노선도를 많이 부착해야 하는 정류장의 경우 모든 글씨를 키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별 노선도의 글자 크기와 규격을 모두 키울 경우, 모든 노선도를 부착할 수가 없어진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노선도에 있는 주요 정류장이라도 글씨를 키울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완화하기 위한 보조기구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버스노선도 위를 지나다니는 돋보기를 설치하거나, 버스 번호를 찾아주는 AI를 도입하는 등 버스정류장에도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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