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 건설업계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21일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최근 분양시장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분양시장 악화는 주택시장뿐 아니라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다양한 정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분양물량, 청약 경쟁률 등 분양시장 주요 지표가 위축되면서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2월 6만5000가구까지 증가한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지난 2월 7분의 1 수준인 8만8000가구로 줄었다. 올해 1~5월 월평균 분양물량은 1만2000가구로 지난해(약 3만가구)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분양물량은 2021년 9월 1만4000가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7만가구를 넘겼다. 지난 2월 이후 주택 경기 회복 기대감과 분양물량 감소 등으로 미분양이 소폭 감소하기 시작했으나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KB경영연구소의 분석이다.
건설원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과거 대비 분양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통해 분양가격 상승 한도를 확대했으며, 올해 1월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해제를 통해 분양가격 제한을 해제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각종 건축 원자재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력 감소에 따른 임금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 주택 건설에 필요한 기본적인 항목들의 가격이 과거 대비 급격히 오르며 분양가 인상을 견인했다. 주택가격 추이와 달리 분양가격은 규제 완화와 원가 상승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 대비 9% 넘게 올랐으며, 올해 들어 상승폭은 10%를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세 대비 분양가격이 낮거나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로 청약 수요가 집중되면서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약 수요 위축으로 전체적인 청약경쟁률은 하락했으나, 5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의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정종훈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연구원은 "주택경기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자 개발 호재가 많은 서울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한 단지에 대해서는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중도금 대출 한도 폐지로 인한 매수 여력 증가와 전매 제한 완화 등이 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면적이 85㎡(이하 전용)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에서 미분양이 크게 증가한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60~85㎡의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늘어난 미분양 물량의 약 74%가 85㎡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원은 "중소형 평형은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 1~2인 가구 증가, 젊은 층의 왕성한 주택 구매 활동 등으로 대기 수요가 많으므로 전체적인 매수세가 회복되면 대형 평형에 비해 미분양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며 "다주택자나 주택 임대사업자 또한 중소형 평형이 대형 평형에 비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좋고, 주택시장이 더욱 침체될 경우 정부에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도 용이해 대형 평형에 비해 리스크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물량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에는 43개월 간 미분양 물량이 약 11만7000가구 늘었으나 최근 19개월 동안에는 약 5만7000가구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적지만 월평균 미분양 증가폭은 약 3000가구로 금융위기(약 2700가구)보다 큰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원자재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금리 인상과 원가 상승 등으로 비용은 증가한 반면 분양 수요 위축으로 미분양이 늘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된 탓에 현금 흐름이 막히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미분양이 크게 증가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책임 준공 의무 등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건설업체의 경우 재무 건정성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PF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비은행권 PF대출 연체율은 0.61%로 지난 분기(0.24%)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해 4분기에는 전체 PF대출 잔액 86조2000억원 중 1.03%에 해당하는 8조8000억원이 연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택경기 위축과 사업성 악화로 인한 사업 주체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분양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갈등으로 분양 단계까지 추진되는데 있어 어려움이 존재하며, 사업성 확보와 미분양 우려에 따른 분양가격 산정의 딜레마도 지속되고 있다"며 "분양시장 위축으로 인한 중소형 건설업체 중심으로 도산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분양시장 위축과 미분양 증가에 따른 PF문제 해결을 위한 PF 대주단 협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분양시장 위축에 따른 PF문제는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고 공급 위축 문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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