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늘리고 문명 건설 … 알약 하나가 세상을 바꿨다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7.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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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탈모 약' 미녹시딜
15종 약 탄생의 뒷이야기
페니실린 생산 초기 공급 부족
복용자 소변 다시 사용하기도
약국 안의 세계사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동녘 펴냄, 1만8000원

바퀴, 등자, 증기기관…. 인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주요한 발명품들의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약이다. 약학의 발달은 인류의 평균 수명을 늘리고, 도시와 문명을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시대를 백신을 통해 버틴 경험만 떠올려봐도 이 사실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머리가 아파서, 혹은 소화가 안 돼서 쉽게 약을 고르는 현대인들 중에는 이 약이 과연 어떻게 탄생했는지 잘 모르고 먹는 이들도 존재한다.

물론 약사의 말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복용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잘 아는 만큼 즐거움도 커진다. 화학박사로 과학 웹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 우리에게 익숙한 15종의 약들이 탄생하기까지 알려진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예컨대 알렉산더 플레밍이 휴가를 다녀온 후 실험실에서 이상한 곰팡이를 발견하며 시작된 페니실린이 수많은 이들을 살린 항생제로 자리 잡은 역사는 꽤 유명하지만 페니실린이 등장한 초기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용자의 소변을 다시 결정화한 뒤 재사용했다는 이야기는 괜히 몸서리가 쳐지게 만들고, 심혈관계 약물로 널리 쓰이는 디곡신이 처음 발견되었을 무렵 정신병원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이를 지나치게 복용한 나머지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 증상을 보였기에 아름다운 노란색 그림들을 그려냈을 수도 있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나아가 오늘날 제약 산업의 주 관심사인 항우울제 이프로니아지드, 탈모 치료제인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등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 역시 독자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특히나 이런 약들을 복용하는 이라면 책장이 쉬이 넘어가게 된다. 이런 약들의 상당수가 다른 약을 개발하던 중 부작용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인간의 역사 중 상당 부분은 우연에 기대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될 수 있다.

혹시나 약학에 더욱 관심이 많은 이라면 각 장 뒷부분의 쉬어 가는 코너 '약국 밖의 레시피'까지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약 두 알을 먹으면 왜 두 배만큼 효과가 없는지,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왜 꼭 주사로 맞아야 하는지, 항생제를 사려면 왜 꼭 처방전이 필요한지 등 유용한 정보들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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