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서울 대개조 … 세운지구·여의도·서초가 떠오른다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7. 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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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시장 외국 출장지·서울시 정책 분석해보니

서울시가 지난해 말부터 굵직굵직한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 서울시가 앞으로 추진할 각종 개발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 즐비하다.

이에 맞춰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 사이에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서울시 개발계획의 벤치마크 대상이 될 공간을 계속 찾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발표했던 공간계획과 오 시장이 방문했던 해외 도시공간을 맞춰보면 최소 20년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청사진까지 그려볼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오 시장과 서울시의 그간 행적을 분석한 결과 서울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은 △광화문·여의도·강남 등 3도심 재개발 △한강 수변공간 재편 △철도·도로 입체화 등으로 요약됐다.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유망 투자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서울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다면 도시계획과 관련이 깊어 입지 가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큰 세운지구나 여의도 재건축 단지, 성수동과 서초동 일대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광화문 일대, 녹지와 어우러진 고층으로

서울시는 2040 서울플랜에서 "중심지를 미래 성장 거점으로 혁신하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이른바 서울 3도심에 개발 여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의 뼈대는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등장한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960~1970년대 형성된 서울 3도심이 뉴욕, 도쿄, 런던 같은 글로벌 대도시와 경쟁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특히 3도심 중에서도 광화문·시청을 중심으로 한 서울 역사도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일대는 용지 내 건축물의 면적(건폐율)을 줄이는 대신 저층부에 녹지와 개방형 공공공간을 만드는 방향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이 올해 6월 도쿄 출장 당시 방문한 마루노우치 지구가 이 같은 개발 콘셉트를 갖고 있다. 도쿄역과 황거(皇居·일본 일왕과 가족들이 사는 궁) 사이에 있는 마루노우치 지구는 오랜 시간 개발이 더뎠지만 2000년대 들어 민관합동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개발 사업성을 높이고자 민간 건물의 높이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1000% 이상으로 대폭 올렸다. 그 대신 건폐율을 줄이고 건물 1∼2층을 녹지가 조성된 공개공지로 만드는 조건이 붙었다. 이 같은 개발 과정을 거쳐 마루노우치 지구는 초고층 건물이 줄지어 있음에도 시민들이 녹지공간을 누리며 마음껏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마루노우치 개발 콘셉트를 우선 종묘 앞 세운지구 일대에 적용할 계획이다. 4대문 안 서울 역사도심 중에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뜻이라 부동산 투자자라면 눈여겨볼 만하다는 얘기다. 세운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고층 건물의 저층부에 녹지공간을 만들고 지하는 지하철역으로 연결된 공간을 조성하는 대신 용적률을 올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궁궐 주변 건물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문화재청 등 유관기관과 논의 중이다.

문화·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한강

오 시장의 '서울 대개조'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한강이다. 서울 3도심 중 하나인 여의도는 물론, 상암·마곡·성수 등 개발계획이 모두 관련이 깊다. 이들은 현재 서울시 안에서도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2040 서울플랜에 '수변 중심 공간 재편'이 목표로 제시됐고, 서울시가 이어 한강 일대를 문화·관광 중심지로 만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실제로 오 시장의 취임 이후 출장지를 보면 한강수변공간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한강수변공간을 재정비하는 작업의 핵심은 근처 기존 랜드마크와의 연계성이다. 단순히 강 주변만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과 조화를 중시하는 셈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나 런던 템스강변 등이 비슷한 콘셉트를 적용했다. 마리나베이는 기존 랜드마크인 머라이언파크와 마리나베이를 개발하며 만든 마리나베이샌즈, 에스플러네이드가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다. 세 랜드마크는 걸어서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런던도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끼고 템스강 건너편에 가장 중요한 핵심시설인 런던아이를 배치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계획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된다. 상암동 일대에 들어설 '서울링'은 근처 하늘공원·월드컵공원은 물론, 한강 건너편 마곡지구까지와 연계성을 염두에 두고 건설계획을 짜고 있다. 제2세종문화회관 등을 지을 여의도 재마스터플랜도 마찬가지다.

서울 전역 61개 하천을 지역과 시민의 생활 중심으로 만드는 수변 중심 공간 재편도 이뤄진다. 우선 중랑천, 안양천, 탄천, 홍제천 등 '한강 4대 지천'이 시범사업 대상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도로 입체화 본격 추진

서울시가 개발 마스터플랜을 만들며 가장 신경 쓰는 공간이 기존 3도심과 한강 일대라면, 가장 역점을 둔 개발 콘셉트는 철도·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의 입체화다.

도시계획시설 입체화는 △기존시설 존치+하부 개발 △기존시설 존치+상부 개발 △기존시설 데크화+상부 개발 △기존시설 지하화+상부 개발 등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 철도·도로 입체화라고 하면 대개 '지하화'만 떠올리지만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지상철도와 도로 지하화' 등을 통해 지역끼리 연결성을 높이고, 다양한 도시 기능을 제공할 새로운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성수동 등 강변북로 주변 지역과 경부고속도로와 관련 깊은 양재·서초·반포가 수혜 지역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스페인 리오공원은 오 시장의 구상을 가장 잘 드러낸 해외 사례로 꼽힌다. 리오공원은 2007년 마드리드 만사나레스강 인근 M30 고속도로를 지하로 재구조화하고, 상부에 조성된 8㎞ 길이의 대규모 수변공원이다. 도로로 단절됐던 공간을 수변공원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상교통 문제를 해소한 사례로 꼽힌다. 2013년에 문을 연 도쿄 메구로 하늘공원은 고속도로 대교 분기점을 4층 건물과 연결해 옥상에 조성한 루프형 입체도시공원이다.

수서 등에 산재한 차량기지 입체화 작업은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가 참고 대상이다.

남산도 정비…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서울 대개조' 계획 중 남산 곤돌라 개발 프로젝트는 가장 규모가 작다. 하지만 서울시의 핵심 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의 최근 일본 출장에도 이와 관련한 일정이 포함됐다. 오 시장은 "남산의 새 교통수단인 곤돌라를 구상하면서 에어캐빈이 궁금했다"며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남산의 모습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개발 일색' 계획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재 주변 높이제한까지 없애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재건축을 가로막던 규제를 하나둘 없애면서 '환경보존'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또 거창한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점이 남는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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