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노선 고집하는 한국노총 지도부와 상생 선언하는 산하 조직

김태호 기자 2023. 7. 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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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조직 잇따라 정부와 대화
지도부 강경 노선과 엇갈려
“노동운동보다 생계가 먼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6월부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나 지역지부는 정부와 상생 협약을 맺고 있다.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는 노조 측에선 노동자 권리와 생계를 위해서 무리한 투쟁보다 대화를 통한 해법 도출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도부와 산하 조직의 입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지도부의 투쟁 노선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상생 추구하며 대화 나선 한국노총 산하조직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타워크레인 안전점검 간담회를 위해 세종시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을 방문,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후 원 장관은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전국타워크레인설·해체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21일 노동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전국타워크레인설·해체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원 장관은 “정부는 불법하도급 근절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두 타워크레인노조 측은 “월례비 등 건설 현장에서 불법 금품수수 등을 근절하겠다”며 화답했다.

이날 협의회는 두 타워크레인노조가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유상덕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건설사 측의 주장만 듣고 건설 관련 노조의 이야기는 경청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은 준법투쟁을 하겠다지만 그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정부가 사측과 노측의 이야기를 비교하고 잘못된 지점을 바꿔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부 한국노총 지역지부도 지방자치단체와 노·사·민·정 협의회를 열고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노총 청주지역본부는 청주시가 연 노·사·민·정 협의회에 참가해 취약노동계층 보호지원 사업 등을 논의하고 산업재해 예방·보호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청주시 노·사·민·정 관계자는 “당시 협의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으며 노조 측도 노동자 권리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엔 광주광역시 노·사·정이 모여 한마음 결의대회를 열고 근로조건 향상 등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하는 노사상생협약서를 채택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근로자의 안전과 권익을 향상시키며 노사관계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도부 강경 노선에 일각선 “노동운동보다 생계가 먼저”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조합원이 산하 조직들의 상생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일부 단일노조의 이러한 상생 노력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대정부 강경 노선과는 다른 행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구속된 이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 5월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 7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벌이다 진압에 나선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등을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한국노총은 김 사무처장의 구속이 노동탄압이라 주장하며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달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지난달 8일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권력 놀음을 끝장내기 위한 윤석열 정부 심판투쟁에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 되어 싸울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건물. /뉴스1

반면 노·사·민·정 협의회에 참가한 구성원들은 노동자 권리와 생계를 위해서라도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리한 투쟁 노선으로 정부와 평행선을 긋기보다 대화를 통해 입장차를 좁히고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챙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청주시 노·사·민·정 관계자는 “노조 측이 지금까지 협조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섰기에 시도 노동자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일환경건강센터 대상자를 확장하고 노조와 협력해 중소기업 노동자·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권리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노동운동보다 생계가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건폭’과의 싸움을 선포한 이후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이 급격히 줄었다”며 “건설노동자는 현장마다 고용을 새로 하는데 조합원 생계가 달린 일이라면 정부와 대화를 통해서 오해를 풀고 현장의 불법 실태는 근절해 발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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