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발 그만 떨어져”...한국인들 공포에 떨게 하는 이것은

홍콩H지수 급락에 조기상환 불발
만기 상환조건, 평가액 따져봐야
지수 추가 하락 시 손실 가능성도

홍콩 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HSCEI)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의 만기가 내년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21년 홍콩H지수가 급락하기 전 발행된 상품들이 대부분인데, 향후 홍콩H지수 추가 하락 시 만기 상환 조건 미충족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우려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의 미상환잔액은 올 6월 기준 20조68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15조 4984억원) 대비 5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해 초 대비해서도 4000억원가량이 늘었다.

미상환잔액이 늘어나는 건 ELS가 담고 있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인해 조기·중도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홍콩H지수 추종 ELS의 미상환잔액은 지난 2020년엔 26조원에 달했다가 2021년 초 급감했지만 이후 홍콩H지수 급락이 시작되면서 재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및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 상품이다. 보통 출시 후 3년 후 만기일이 도래하며 6개월 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도 준다.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특정 구간(knock-in·녹인)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발행사가 약정한 수익을 얻어갈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상품 기준 세전 기준 연 6~8%대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보통 손실이 발생하는 기초자산 하락폭(녹인 레벨)은 45~65%로 상품마다 다르다. 즉 ELS 출시 당시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55~35% 하락하게 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지난 2020~2021년 초 대거 발행된 홍콩H지수 편입 ELS들의 만기는 내년 대거 예정돼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 및 파생결합사채(ELB)의 내년 만기 도래액 추정 규모는 13조9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내년 1분기에 3조8000억원, 2분기 5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ELS 중 홍콩H지수 추종 상품이 많은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편인데,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를 포함해야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요즘 은행에선 홍콩H지수를 포함한 상품의 경우 리스크 때문에 판매를 안 하는 경향이 있어 최근 발행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ELS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 보통 3개 정도의 지수를 담는다. 만약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면 만기평가일에 수익 상환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이때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초자산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기초자산의 하락 폭만큼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다.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지난 2020년 하반기 발행된 홍콩H지수 추종 ELS 중에선 녹인 레벨에 근접한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20년 말 당시 홍콩H지수는 1만~1만2000포인트 선에서 거래됐는데 현재는 6400포인트 수준이다. 녹인 레벨 55% 수준의 ELS 상품의 경우 향후 홍콩H지수가 약 9~10%가량만 추가로 하락해도 녹인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이미 홍콩H지수는 지난 2022년 말 약 5000포인트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일부 ELS는 이미 지난해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상황이다. 이 경우 만기평가일에 최초 기준가 대비 특정 수준(보통 65%) 이상 기초자산 가격이 반등해야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추가로 홍콩H지수가 하락하게 된다면 만기평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

전균 삼성증권 ETP리서치팀 팀장은 “올 하반기에 도래하는 홍콩H지수 추종 ELS들은 주가 하락으로 조기상환되지 못한 채 만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2021년 설정된 홍콩 HSCEI 연계 ELS 중 녹인 조건이 발동됐거나 조기상환 평가 가격의 최하단을 미충족한 상태일 시 해당 ELS는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