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 다투는 뇌졸중 진단, 침 검사로 가능할까?

김영섭 2023. 7. 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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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버밍엄대, 타액 이용한 뇌졸중 생체표지자 진단검사 개발 착수
뇌졸중을 간단히 침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국 버밍엄대 등 연구팀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건지고 장애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검사법 개발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죽느냐 사느냐 촌각을 다투는 뇌졸중을 침(타액) 검사로 빠르고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영국 버밍엄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은 돌이킬 수 없는(불가역적인) 뇌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뇌졸중을 침으로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검사법 개발에 착수했다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Eurekalert)'이 소개했다.

공동 연구팀은 치료에 시간이 매우 중요한 뇌졸중 환자가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일으키기 전에 증상을 신속 정확하게 식별하는 비침습적 진단검사를 개발하는 연구에 들어갔다. 영국 뇌졸중협회의 자금 지원을 받는 '고스트(GHoST, Golden Hour for Stroke, 뇌졸중을 위한 골든아워)' 연구에는 유니버시티 호스피탈 NHS(국가보건서비스) 트러스트 등 많은 기관, 단체가 참여한다.

뇌졸중에서 '골든아워'는 통상 3시간이다. 늦어도 4시간 30분 이내에는 혈전용해제로 치료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 뒤 가급적 빨리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예후(치료 후 경과)가 좋다. 이번 연구가 성공을 거두면 뇌졸중 응급치료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말 연구 결과 나올 듯…성공하면 뇌졸중 진단 치료에 혁명적 변화

뇌졸중이 의심되면 환자를 빨리 병원으로 옮겨 진단을 받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시간 손실은 곧 뇌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환자의 사망 위험과 장애의 심각성을 줄이는 데 핵심이다. 혈전용해제 또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수동 혈전 제거) 등 일부 치료는 증상이 시작된 후 몇 시간 안에 투여해야 효과적이다.

구급차 요원은 환자를 옮기면서 뇌졸중을 식별하는 증상 체크리스트를 점검한다. 전체적인 평가는 통상 초급성 뇌졸중 병동에서 하며 그 뒤 환자를 신경과 병동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 통상 1시간 이상이 걸린다.

버밍엄대 의대 신경외과 안토니오 벨리 교수(염증노화연구소)가 이끄는 이번 '고스트' 연구는 혈액, 소변 또는 침에서 생체표지자를 식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앞서 외상성 뇌 손상 후 침의 특정 분자 농도가 급격히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특정 분자가 생체표지자로 뇌졸중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검사에 쓸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뇌졸중 증상 나타난 뒤 3시간이 '골든 아워'…늦어도 4시간 30분 이내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훈련된 구급대원은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의 증상이 시작된 뒤 1시간 안에 환자의 침, 혈액, 소변 검체를 채취한다. 이들 검체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임상 표준치료를 받는 동안 추가로 채취된다.

연구팀은 특히 침의 작은 비암호화 RNA(sncRNA)에 주목하고 있다. 침에 풍부한 이 작은 분자는 뇌졸중 환자 여부를 판단하는 생체표지자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선 뇌졸중에 특이적인 RNA(sncRNA)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연구팀은 구급차로 옮겨진 환자 가운데 30~40%가 입원하는 발작, 편두통 등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과 뇌졸중을 구별할 수 있는 RNA(sncRNA)를 찾아내길 바라고 있다. 또 생체표지자가 완전히 다른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의 두 가지 주요 유형(뇌경색과 뇌출혈)을 구별할 수 있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혈전(피떡)으로 인한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은 뇌졸중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혈전용해제 또는 동맥을 통한 혈전 제거술이 필요하다.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에는 뇌 자체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

당분간 FAST(얼굴, 팔, 말, 시간) 검사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

연구팀은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뇌졸중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FAST 검사에 의존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 스캔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FAST 검사(대처법)는 그나마 가장 좋은 진단 도구로 여겨진다. 이 진단 검사는 뇌졸중을 더 빨리 진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서비스에 연락해야 한다. FAST 검사는 뇌졸중의 징후와 증상을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FAST는 얼굴(Face), 팔(Arm), 말(Speech), 시간(Time)의 약자다. 얼굴에 안면마비 증상이 있는지, 팔다리가 마비됐는지, 말이 어눌해졌는지, 시간이 늦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게 FAST 검사다.

그러나 FAST는 완벽하지 않다. 현재 구급대원은 발작 등 다른 질병을 뇌졸중으로 오진할 수 있으며 모든 뇌졸중 환자가 FAST 증상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침 검사가 뇌졸중에 대한 병원 전 진단에서 엄청나게 큰 진전이 될 것 같다. 환자가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적합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 뇌 스캔 장비가 부족한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을 줄 수 있다. 이 연구는 3년 동안 진행되며 결과는 2026년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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