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방문’ 집어삼킨 ‘후쿠시마’와 ‘수해’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비상이 걸렸다. 6박8일 일정의 해외 순방을 다녀왔지만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에 긍정 효과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해외 순방은 안보·경제·미래 가치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정이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한국과 나토 사이의 국제 안보 협정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더 끌어올렸다. 폴란드 방문은 순방 일정의 백미였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국빈방문을 했다. 거의 형제 국가나 다름없이 K방산, 원전 수출 그리고 우크라이나 재건에 함께할 것을 맹약할 정도로 성공적인 외교였다.
무엇보다 주목받았던 일정은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이었다. 아무도 몰랐고 러시아는 깜짝 놀랐다. 한국의 우호 협력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확인했고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모든 순방 결과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그리고 순방 중 김건희 여사의 논란이 되는 행보 등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는데 여당 지지율은 그대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의 의뢰를 받아 7월15~17일 실시한 조사(전국 2025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응답률 2.3%.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8.3%,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9.5%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기관의 2주 전 조사보다 긍정은 내려오고 부정은 올라갔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효과는 '상쇄'되고 국내 이슈와 대통령의 주변 이슈가 국정 운영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이 확연히 꺾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물어보았다. 7월4~6일 조사에서 38%까지 올라갔던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최근인 7월11~13일 조사에서 32%로 6%포인트나 빠졌다. 올해 들어 같은 조사기관의 조사에서 긍정 지지율의 최대 하락 폭이다. 조사 시점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중이었으므로 나토 정상회의, 폴란드 국빈 방문까지 포함된 조사 결과다. 특히 대통령의 핵심 지역 기반인 부산·울산·경남에서 직전 조사보다 11%포인트가량 지지율이 내려갔다.
서울과 인천·경기에서도 흔들리는 추세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흔들리고 있는 데 반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크게 변함이 없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7월4~6일 조사에서 33%로 나왔는데 7월11~13일 조사에서도 33%로 나타났다(그림1). 즉 해외 순방을 앞두고 결집과 기대 효과로 뛰어 올라갔던 대통령 지지율이 국내 이슈로 미끄럼을 타는 동안 국민의힘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문제는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낮아지면 국정 장악은 더 힘들어진다. 지지율 역전에 따른 당정 간 갈등과 충돌마저 예견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순방 효과를 사라지게 할 만큼 윤 대통령 지지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변수는 무엇일까. 7월11~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가장 높게 선택된 응답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14%, 외교 14%로 각각 나타났다(그림2). 여기서 외교는 다분히 일본 관련 외교 또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충돌 관계가 되는 외교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직전 조사인 7월4~6일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대통령의 외교였다.
그 외 대통령 국정 운영 스타일과 관련된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적·일방적'과 '소통 미흡'이 상위권 순위로 올라왔고 '경제·민생·물가'를 부정평가로 응답한 비율이 꽤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부정평가 이유로 높은 순위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조사 결과에서 2030 MZ세대 응답층이 일부 이탈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면 부동산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작동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는 고연령대보다는 저연령대인 MZ세대가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이슈가 된다.
양평고속도로·김건희 논란도 부정적 영향
후쿠시마 이슈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 외에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영향을 끼친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 방문 중에 김건희 여사의 쇼핑 논란이 주목받고 있고, 한국에 폭우 피해가 많았음에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한 정치적 공방도 영향을 주는 변수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로 7월1~18일 기간 동안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윤석열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로 '정부' '민주당' '국민' '장관' '일본' '김건희' '정치' '이재명' '문재인' '나토' '우크라이나' '여사' '북한' '조사' 등이 올라왔고, 윤석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긍·부정 감성 비율을 썸트렌드를 통해 파악해 보았다.
윤석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안전' '의혹' '비판' '논란' '우려' '괴담' '피해' '특혜' '평화' '적극적' '특혜의혹' '인명피해' '희망' '갈등'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이슈가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확인하게 된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뿐만 아니라 많은 비로 인한 수해 대응까지 포함된 반응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긍정 28%, 부정은 70%로 나왔다(그림3).
대통령의 해외 순방 효과가 국정 지지율 조사에 긍정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이슈가 대통령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가장 큰 정치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과 윤석열 정부의 수해 대응에 대해서도 빅데이터를 보면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모두 변수를 망라할 때 윤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취약한 변수는 '소통'이다. 지지율이 올라가기는커녕 추가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진심 어린 '소통'의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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