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휩쓸려 온통 진흙 뒤덮인 마을…덩그라니 남은 알록달록 옷장이 슬퍼라[금주의 B컷]

권도현 기자 2023. 7. 21. 1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덮친 마을은 ‘흰돌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진흙색으로 뒤덮였다.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지난 18일 경북 예천군 백석리 마을의 모습은 끔찍했다. 산이 토해낸 돌덩이들과 진흙으로 트럭은 앞면이 구겨진 채 처박혔고, 주택들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중장비들은 끊임없이 흙을 퍼냈고, 소방관과 경찰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푹푹 꺼지는 진흙밭에서 실종자들을 수색했다. 이번 산사태로 백석리에서만 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친구 두 명을 잃었습니다.” 황보성 이장(68)이 울먹이며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5분쯤 자택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 실종됐던 장모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동네에 정말 다 협조적이고 꼭 필요한 분들인데….” 이장이 말을 잇지 못했다.

반쪽이 사라진 주택에 옷장 하나가 폐허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옷장 안에는 산골의 추위를 견디기 위한 겨울옷들과 중요한 날에 입었을 한복 치마가 걸려 있었다. 온통 진흙색으로 뒤덮인 곳에서 도드라지는 옷의 색들이 현장을 한층 더 처참하게 느끼게 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