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말렸는데 성추행이라고"…민원에 지친 교사들 쏟아져 나왔다[르포]

김지은 기자 2023. 7. 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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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만간 선생님 그만두려고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교사 김모씨의 말이다.

10년차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곳을 찾은 고등학교 교사 신모씨는 "수업은 수업대로 하는데 매년 해야 할 행정 잡무는 늘어나니까 사실상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이런 것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도 우리 입장을 들어주고 대변해줄 사람도 없어서 매일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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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새내기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벽에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저도 조만간 선생님 그만두려고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교사 김모씨의 말이다. 타 지역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이 너무 아프고 비통하다"고 했다.

한동안 벽에 붙은 조문 포스트잇을 바라본 김씨는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 많은 선생님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궁 난소 쪽에 문제가 생긴 분도 있었다"며 "저도 이젠 진짜 버틸 만큼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새내기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벽에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3월 임용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에는 이틀째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교사들은 현장에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요즘에는 학부모 민원이 정말 많이 온다"며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부터 문자 메시지가 3~4개씩 오고 밤 10시, 11시에도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끼리 싸워서 말리면 성추행했다고 하고 반성문 쓰라고 하면 모멸감 줬으니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한다"며 "받아쓰기를 하면 '왜 하냐'고 항의하고 안 한다고 하면 '왜 안 하냐'고 문자를 보낸다. 가끔 학부모들이 '선생님께 마지막으로 기회 드리는 거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10년차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는 "예전에 '우리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다' '눈을 맞춰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모한테 민원 문자를 받았다"며 "학급에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저녁이나 밤에 전화해 '넌 교사 자격이 없다'고 폭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업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곳을 찾은 고등학교 교사 신모씨는 "수업은 수업대로 하는데 매년 해야 할 행정 잡무는 늘어나니까 사실상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이런 것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도 우리 입장을 들어주고 대변해줄 사람도 없어서 매일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국화 꽃다발이 쌓여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앞으로의 대한민국 교육이 걱정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씨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 위주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쉽게 분노하는데 엄마들은 '우리 아이는 특별히 신경 써줘야 한다'고만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비정상적인 아이들 때문에 반 전체 분위기는 망가지고 있다"며 "나머지 착한 아이들은 그냥 받아주고 참아주기만 한다. 옳지 않은 것을 바로 잡을 수 없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5년차 중학교 교사인 최모씨 역시 "요즘은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선생님한테 욕을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학부모가 선도를 강력하게 반대하면 할 수 있는 건 봉사활동 3~5일 주는 것 밖에 없다. 문제 행동을 문제라고 혼낼 수 없으니 학생은 학생대로 의기양양하고 교사는 묵인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숨진 원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A씨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경찰은 앞서 확보한 A씨의 일기장을 계속해서 분석하는 한편 그와 함께 일했던 교사들을 모두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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