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격 없다" 학부모 폭언…교육부·교육청, 합동 조사 나선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사실 확인을 위한 별도 조사를 실시한다. 교사에 대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폭언과 악성민원 등이 잇따르면서 교권이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비판에 법·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키로 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극단 선택을 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학부모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해당 학교 교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사망한 교사의 일기장에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생전에 모친에게 학교 생활의 힘듦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이 제보한 내용을 공개했다. 익명 제보 내용에 따르면 서이초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한 교사는 사안 처리 당시 한 학부모가 "나 ○○ 아빠인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발언을 증언했다. 이 교사는 학교폭력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상당수가 법조인이었다고 했다.
고인과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으나 같이 근무했다고 주장한 다른 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교사는 지난주에 고인이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일이 있었고, 학부모는 교무실을 찾아 고인에게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폭언했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이처럼 학부모의 폭언·욕설이나 악성 민원과 폭언 등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572건)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241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학부모의 교권 침해 행위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은 없다. 학생이 교육활동을 침해했을 경우 교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면 심의에 따라 교내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의 조치를 받지만 학부모 등 외부인에 대해선 관련 조치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학생이 교권 침해 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정당한 생활 지도 범위를 정확하게 구분짓기 쉽지 않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생님들이 (피해사실을) 밝히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교보위가)있어도 열리지 않고 제도와 기구가 있어도 실제로 운영되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교원의 정당한 지도 활동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위원이 분석한 '교육활동 보호 법안 국회심사 상황'에 따르면 교육활동 보호 관련한 법안은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8건 발의됐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송 위원은 "8건 법안 중 4건은 상임위 미상정, 다른 4건은 현재 상임위(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있으며 3건 실제 심사는 지난해 11월의 두 차례였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사실 확인과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부터 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사망하신 교원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서이초에 조문 차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위·교육부가 함께 법·제도화가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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