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잠자는 ‘교육활동 보호법’··· 교원단체 “개정 서둘러달라”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정상적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은 심의조차 받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등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된 법안 8개가 계류돼 있다. 올해 5~6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교원의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에 예외를 인정할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최근 교실의 ‘악성 민원’이 교사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권리도 침해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법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발의된 5개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각각 교권보호위원회를 지역청 관할로 이관하는 내용,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및 조치내용 기록 보존 강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교원지위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 8건은 올해 국회 심사조차 받은 적이 없다. 교원지위법 개정안 4건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지만 이 중 3건만 지난해 11월 법안소위 심사가 진행됐다. 교원지위법 개정안 1건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건, 아동학대처벌법 1건은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되고서야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서야 그간 계류돼 있던 학교폭력 관련 법안 36건이 통과된 것처럼 이번에도 국회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속도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이태규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달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뒤늦게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고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권보호 다짐 결의문’을 내고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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