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블더] "밝은 목소리 자제 좀"…상상 초월 학부모들
최근 심각한 교권 침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선생님이, 70%에 달했습니다.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가 지난 스승의 날에 조사한 건데요.
교직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선생님은 고작 5명 중 1명에 그쳐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요.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뭔지 물었더니,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라는 응답이 30%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 민원이 그다음이었습니다.
온라인에는 '교권 침해 사례 모음 페이지'까지 등장했는데, 약 500개에 가까운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선생님의 최신형 휴대 전화를 보고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니, 앞으로 쓰지 말아 달라는 학부모 전화가 걸려 왔다"
"학부모 전화 상담을 하던 중, 나는 지금 기분 나쁜데 왜 밝은 목소리로 통화하냐면서 실제로 교육청 민원까지 받았다."
"아이에게 내준 숙제가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다며 학부모로부터 '당신 가정파괴범이야'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들었다"
"문제 행동 아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님, 처녀죠 애는 낳아보셨나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 페이지에 올라온 교사들의 제보는 끝이 나질 않을 정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작에 우리 사회가 더 큰 관심을 갖고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했지만, 진지한 논의는 더디기만 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자녀가 같은 반 친구와 다퉜다는 소식을 듣고 담임 교사에게 항의하는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음성이 SBS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공분이 일기도 했습니다.
[학부모 : 밥 처먹고 학교에서 하는 일이 뭐고,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는데? 교무실로 가면 되나?]
[교사 : 지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학부모 : 야!]
해당 학부모가 상대 학생을 전학시키라고 요구하더니 교사에게 거친 말을 쏟은 겁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갑자기 한 남학생이 교단에 올라와 누워 휴대전화를 하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같은 반 학생 : 와 저게 맞는 행동이야?]
수년 전에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30대 교사가 학생에게 빗자루로 얻어맞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며 큰 충격을 줬습니다.
[같은 반 학생 : 특종이다, 특종. 아프겠다. 선생님 힘내요, 얘들아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 돼.]
[빗자루 든 학생 : 야, 이 XXX아!]
밑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을 어떡할 거냐는 논란에, 지난달 말에서야 교사에게 학생의 생활 지도권을 부여한다는 아주 당연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기존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가 교육 활동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교사들이 생활지도 행위로 학부모 등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래서 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서 '교원이 학생의 생활 전반에 관한 조언, 훈육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게 된 겁니다.
그래도 실제 교육 현장을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교원 단체 주장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생활지도 방식과 유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성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실질적으로 수업 방해 행위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할 수 있냐,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지금은 이제 수업 방해가 있는 대로 다 일어난 다음에 나중에 일주일, 열흘 후에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코웃음 칠 만한 그냥 처분 정도로 끝난단 말이에요. 이를테면 수업 방해나 이런 게 있을 때, 제자리에 서 있어, 뒤로 나가 서 있어 또는 교무실에 가서 반성하고 있어, 반성문 쓰고 있어. 이런 구체적인 것들, 구체적으로 선생님이 조치 지도할 수 있는 생활 지도 방식 내용 기준에 대해서 빨리 고시로….]
여기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에 면책특권을 주는 이른바 '학부모 갑질 방지법'과 교권 침해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조성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어떠한 법과 제도도 완벽하지 못하고, 법 제도에 앞서서 우리 모든 학생, 그리고 내 자녀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 그러니까 교원과 학부모가 협력적인 교육 관계를 유지해야 되고 결국은 교원의 교권을 존중하는 또 교원을 존중하고 교권을 보호해 주는 그런 문화 그런 의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사 단체에 접수된 교권 침해 신고는 6년 만에 가장 많아졌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해서 소송까지 간 건수는 4년 새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최소한의 보호 수단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로 교권 침해 보험이라는 건데요.
5년 만에 가입자 수는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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