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직물 속 … 숨어있는 날카로운 욕망
지갤러리, 30대 작가 그룹전
공기를 타고 하늘거리는 직물에는 초록 잎에 둘러싸인 거대한 달팽이가 찍혀 있다. 덧대어진 투명한 직물에는 또 다른 달팽이 패턴 직물이 둥글둥글 오려져 덕지덕지 장식처럼 붙어 있다. 자기 집을 이고 다니고 때때로 그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기도 하는 이 연체동물에게서 작가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자기 모습을 발견했다. 오가영(31)의 설치작품 '모닝 파크 스네일(Morning Park Snail·2023)'이다.
자기만의 조형 언어가 뚜렷하고 국내외 활동이 활발한 30대 작가 3명의 그룹전 '오토힙노시스(자기최면)'가 서울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오는 8월 12일까지 열린다. 프리즈 서울의 첫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인 우한나(35), 성적 욕망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거침없이 표현해온 듀킴(38)이 함께했다.
한 번 갸우뚱하고 보게 되는 전시 제목 '오토힙노시스'에는 자기방어적 기제로 작가들이 내면의 욕망을 주문을 거는 행위로 표현하며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특히 마법의 투명 망토를 두르듯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각자 발휘하게끔 하는 것이 전시 기획 의도다.
오가영은 사진을 찍은 후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왜곡, 후보정하는 실험으로 작업해왔다. 기존에 유리나 종이, 나무 경첩 등 액자 지지체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실크나 면 등 다양한 직물에 인화하고 실로 꿰매 붙이는 콜라주 형식을 취했다.
우한나는 '마마'(2023)에서 뼛조각 위에 갈기갈기 찢긴 살을 심장과 내장이 주렁주렁 매달린 설치로 선보이고, 우주적 빛을 뿜는 알 형태의 오브제와 대화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새로 선보인 작품은 작가 작업에 필수적인 바늘이 거대하고 구불구불 휘어진 알루미늄 캐스트로 바닥에 널브러져 시선을 끈다.
듀킴은 가학적 행위를 가하는 신체를 물리적 개체로 인식하고 인간의 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라텍스나 레진, 집게 등 성적인 도구를 부속처럼 써서 차갑고 단단한 철 구조와 결합해 장식품처럼 표현했다. 전시작은 대체로 화려하고 밝은 색깔 이미지와 조각, 부드러운 구조의 외양이지만 공통적으로 가학적인 면모를 품고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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