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끝났다” K-직장인 출근 복귀에 빌딩·오피스 거래 ‘쑥’
미국은 재택근무 비율 30% 육박하면서 공실률 꾸준히 상승 중
한국은 엔데믹 후 ‘다시 출근’… “오피스 수요 계속될 것”
대형오피스를 비롯한 서울의 상업·업무 부동산 거래가 2분기부터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코로나19와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대부분 재택근무가 종료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침체기에 빠진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21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분당권역 오피스 빌딩 거래는 총 12건으로, 3조2726억원에 거래됐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13%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230% 증가한 규모다. 1분기 거래량은 고작 4건, 거래규모는 9905억원에 그친 바 있다.
2분기 서울 오피스시장 거래 규모를 키운 건은 광화문 등이 위치한 CDB(도심권역)의 콘코디언빌딩 거래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진행하다 이번에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콘코디언빌딩 거래가 투자 시장에 회복 신호를 알린 셈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한차례 매각 불발됐던 동화빌딩도 매수자 나서면서 거래가 마무리됐다. GDB(강남권역)에서도 현대자동차가 SK D&D가 보유한 스케일타워의 수익증권 50%를 매입했다. 사옥 마련 위한 거래다. 판교 알파돔타워와 여의도 현대카드빌딩도 소유권이 이전됐다.
한국 오피스 시장은 꾸준히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이 높은 수요를 증명해왔다. 특히 서울엔 신규 공급이 매우 부족하고 공실 부족 현상도 계속되면서 점유비용은 꾸준히 늘어왔다. 올해 2분기 A급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은 전 분기와 동일한 2.6%를 보였지만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한 ㎡당 3만4828원을 기록했다. 관리비도 전 분기 대비 0.5%, 전년 동기대비 3.5% 상승한 ㎡당 1만3314원을 기록하면서 점유비용이 늘었다.
특이한 점은 최근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 부는 리스크와 한국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격이 상당폭 하락한 매물이 등장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오피스 투자 시장이 냉각기를 맞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23년 3월말 기준으로 13.82%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말 9.9% 수준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특히 주요 도심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말 9.7%에서 23년 3월 18.27%로 그야말로 급등했다. 2020년 3월 이후로는 12개 분기 연속으로 공실률이 증가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공실률이다.
이 같은 차이는 재택근무 여부에 따른 ‘오피스 복귀율’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택근무 통계는 2000년까지만해도 1.7% 수준이었지만 2019년 4.7%까지 증가한 후 팬데믹이던 2020년 5월 61.5%까지 증가했다. 2023년 1월 27.2%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3월 28.7%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번 늘어난 재택근무 비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줄지 않고 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나타난 더딘 재택근무 비율 하락세는 예상보다 오피스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면, 재택근무 비율의 반등은 추가적인 수요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선호 현상에 더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임대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도 높은 공실률의 원인이다. 정진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서치 팀장은 “경기가 좋으면 재택근무 비율이 높아져도 기업이 버티는데, 미국 경기 상황이 안좋다보니 사무실 유지 비용이나 면적을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오피스 시장은 이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부동산서비스업체인 CBRE에 따르면 지난해 5~6월에 진행한 조사 결과 한국에서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무직 근무자 비율은 약 85%로 미국 75%, 유럽 78%보다 높았다. 근무일 모두 사무실로 나오는 비중은 한국이 전체의 50%의 정도고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20~30% 수준이다.
정진우 팀장은 “한국의 오피스 시장이 예외적인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이는 낮은 재택근무 전환율로 오피스 수요는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은 부족한 것이 배경”이라며 “한국 오피스 시장도 국제 경기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견고한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대비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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