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반이 엉망’ 학부모 폭언”…서이초 동료교사 글 ‘일파만파’

2023. 7. 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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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학급에 교실에 창문도 없어”…창 뚫어달라 3차례 요청에도 묵살
“사건 당일에도 구급차·경찰차 보고 학부모들 고성에 민원”
금쪽이들 학부모는 '그동안 감사했다 힘드셨죠' 문자…“기가 차”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동료 교사 전원을 참고인 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온라인에선 서이초 동료교사가 쓴 글이 올라 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서이초의 열악한 교육 환경, 그 날의 사건 등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배경을 종합적으로 미뤄 짐작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2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이초 동료교사가 쓴 글이다’라는 등의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와 확산하고 있다.

[보배드림 사이트 갈무리]
[보배드림 사이트 갈무리]

글쓴이는 1998년생인 사망 교사가 1학년 담임에 나이스 업무를 맡은 데 대해 “작년 발령난 신규 선생님이고 작년에는 업무없는 1학년과 업무있는 5학년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1학년을 선택했다. 올해는 4지망으로 쓴 1학년을 배정 받고 나이스 업무는 신규가 할 수 있는 업무라 배정했지만 올해 4세대로 바뀌면서 '멘붕(멘탈붕괴·정신적 공황)'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글에 따르면 사망 교사 A씨가 맡은 반은 다른 1학년 학급들과 동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해당 교실은 창문이 없어 해가 거의 들지 않고 음습한 창고가 딸렸다고 한다. 글쓴이 B씨는 “너무 무섭고 우울하다고 창문을 뚫어주거나 바꿔달라고 3번 요청했지만 까였다(거절당했다)”고 했다. 이어 “너무너무 과밀이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 밀어넣는 교육청도 문제”라며 "도저히 교실이 없고 한반에 30명 이상에 특별실 다 없애고 기형적 교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A씨 반은 이런 상황에서 ‘금쪽이(문제아)’가 4명 있었다. 이들과 관련한 사건으로 “툭하면 전화해서 난리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고 한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을 찾은 한 가족이 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이초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가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서이초를 찾은 한 시민은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이초를 찾은 한 시민은 "타인의 죽음에 대해 같이 추모하지 못할망정, 추모 분위기를 비난하는 일부 주민들의 모습이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사진=임세준 기자/jun@heraldcorp.com]

B씨는 “실제로 고인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의 잦은 전화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소름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B씨는 A씨 반의 가해 학생이 연필로 피해 학생 이마를 긁은 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B씨는 “공식적 학폭사안은 아니고 위험할 것 같아서 교감과 생활부장과 함께 미리 선제 대처를 했다”며 “13일 목요일에 학교장 종결로 잘 마무리하고 교실로 돌아왔더니 피해자 학부모가 기다리고 있었고 ‘넌 교사자격도 없고 너 때문에 반이 엉망되었다’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어 “당일 학교 내 선후배 모임이 있었는데, 그 일을 당하고 왔는데도 (A씨의) 원래 성격이 성실하고 티안내고 묵묵하게 일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소위 전형적인 교사상이라 그런지 이야기도 잘했고 별 다른 점은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A씨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해 B씨는 “그 일이 있기 바로 직전에 다른 반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베테랑 교사가 병가를 내는 더 큰 일도 있었고 고인이 신규교사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나흘 뒤인 17일에 A씨는 조퇴를 했다. 18일에 학교에 와보니 A씨의 차는 있는데 출근을 안한 상태여서 A씨 반 수업은 보결수업으로 진행했다. 동료교사와 교감은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하던 A씨 집을 찾아갔지만 A씨를 만날 수 없었다. 차는 학교에 있고, A씨는 집에 없는 것이 수상했던 학교 측은 3교시 후에 아이들을 급식실로 이동시키고 창고를 열어본 결과 고인의 주검을 발견했다.

B씨는 “조퇴를 하기로 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 건 월요일(17일)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했다. 이어 "사안이 터지자 전체 교사가 모였고 교육청에서 입단속하라고 했고 교육청에서 본인들이 보도할꺼고 지침이 내려올 거라 했기에 기다리려 했으나 지침이 안 내려왔다"며 "역시나 이번에도 교육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시신이 발견된 18일 오전 학교 상황도 전했다. B씨는 "당일 국과수랑 구급차 경찰차가 운동장에 들어오는 거 보고 부모들이 뭔일이냐. 교무실과 담임들에게 연락해 고성을 지르고 화를 냈다"며 "(학부모들은)학교가 말을 못하자 알권리 운운거리며 민원을 넣었다"고 전했다.

B씨는 아이들 안전과 무관하고, 정상적 교육과정 진행 가능하다는 학교 측 설명에도 계속 민원을 넣던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자살한 거 알고서 한마디도 안 했다면서, "금쪽이들 부모는 교사들한테 '그동안 감사했다 힘드셨죠' 이런 문자들 많이 보냈다.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학부모 직업같은 거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특수한 몇몇의 기득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현재 평범한 교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니 본질을 흐리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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