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1.1조 쏟은 코오롱인더, 하반기부터 과실 딴다
배터리소재·친환경 신사업 기대중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보강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의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발언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공격적 투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업황 침체가 이어졌지만 지난 3년간 연구개발비용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국내 화학·정유기업 30여개사 중 네번째로 컸고, 올해 1분기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에 파란불이 켜졌다.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아라미드 및 석유수지 사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제품 등 신사업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설립 이후 1.1조원 연구개발비 투입"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의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3136억원, 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31.9% 감소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상반기까지 다소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분위기가 반전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코오롱인더가 올 3분기에 영업이익 493억원(전년동기비 3.3% 하락)을 내며 하락폭을 좁힌 뒤 4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79.3% 상승한 6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비용의 지속적 확대를 기반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성과를 낼 것이란 시각이다. 포트폴리오 보강을 통한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의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는 △2020년 1010억원 △2021년 1023억원 △2022년 1046억원으로 연평균 약 1026억원이다.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CAPEX·설비투자) 연평균이 223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인더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업계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화학·정유기업 30여개 가운데 코오롱인더는 LG화학(1조7799억원)·SK이노베이션(4179억원)·한화솔루션(1978억원)에 이어 네번째로 연구개발비 규모가 컸다. 그해 각사 연구개발비가 매출액 대비 차지하는 규모는 △LG화학 3.4% △SK이노베이션 0.5% △한화솔루션 2.0% △코오롱인더 1.9% 등으로 파악된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1분기에도 27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로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는 게 코오롱인더 측 설명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는 2010년 설립 이후 지난 12년동안 약 1조1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며 “연구개발 및 특허권 보유와 기업 가치 간 관련성이 100% 정(+)의 관계는 아니지만, 연구개발비 지출에 대한 대부분의 논문들은 비용화와 자본화된 연구개발비가 특허권과 양의 방향을 나타내고 연구개발비를 많이 투자한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적게 투자한 기업보다 기업 가치가 높게 형성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성장 전략…‘그린 소재’ 개발 집중
코오롱인더는 기존 고부가가치 사업인 아라미드와 석유수지 관련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유석진 코오롱인더 대표가 밝힌 미래경영전략 방향과 궤를 함께 한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유 대표는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선정할 것”이라며 “수소 산업 성장에 발맞춰 핵심 소재 사업을 전개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등 친환경 소재 개발도 추진해 ESG경영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실현을 위한 생분해 플라스틱과 화학적 재생 기술 개발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코오롱인더는 ‘SPE(Sustainable Polymer Economy·지속가능한 고분자 생태계)’라는 친환경 성장 전략을 설정, 이에 맞는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친환경 원료로 생산한 제품이 폐기된 후 재활용 또는 생분해를 통해 생태계에서 순환되는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과 차세대 생분해 플라스틱인 PEF(Poly Ethylene Furanoate)와 PHA(Poly Hydroxy Alkanoate) 관련 개발 협약을 맺으며 친환경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PEF는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인 PET(Poly Ethylene Terephthalate)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으며,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 PHA는 여러 생분해 소재 중에서도 토양·해양 등 일반 자연환경에서 분해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다.
아울러 친환경 소재 라이오셀을 적용한 담배 필터 개발을 KT&G와 함께 지속 진행하는 한편 자사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PCR) 원료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확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화학재생그린섬유개발’ 사업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지원받은 국비 약 38억원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폐PET의 화학재생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공정기술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석유산업 기반 원료를 대체할 재생원료 개발까지 연구를 확장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기존 대비 30% 이상 저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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