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막자 "더 큰 돈 나가잖아"…中 부모들 뿔났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시험 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비 절감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과외 시장이 금지당하자, 암시장이 나왔다'는 제목의 기사로 왜곡된 중국 대도시의 사교육 시장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게 중국도 대입 시험 가오카오'가 있다. 빈부격차와 청년실업이 날로 극심해지는 중국에서 1000만 수험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가오카오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입시가 치열해지면서 사교육비도 치솟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1년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학원에서 학교 교과과정 관련 수업을 전면 금지한 것.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제고하고 사교육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철통 규제는 사교육 업체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사교육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히려 사교육은 음지에서 그 세력을 키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암암리에 소규모 그룹과외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과외비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게 부모들의 증언이다.
상해에서 금융 전문직종에 종사 중인 캐시 주는 사교육 제재 이후 아들 수학 과외비가 거의 2배 올라 수업당 300위안(5만3000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상해에서 중학생 딸을 양육 중인 사라 왕은 물리 등 난도가 높은 과목 1대 1 과외비는 수업당 최대 400위안(7만1000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사라 왕은 사교육 제재 전과 비교해 과외비가 50% 정도 올랐으며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고 했다.
대규모 학원 수업에서 소규모 과외로 전환되면 학생들의 수업료 부담이 높아진다. 교육비 문제뿐만 아니라 신원이 확실한 과외교사를 찾는 것도 또 다른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학부모들 사이에) 가오카오를 놔두고 사교육만 제재하는 게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익명을 요구한 해외 유학 관련 업체 관계자는 "공립학교 교사들까지 대출과 양육비 때문에 퇴근 후 사교육에 뛰어들고 있다"며 "정부에서 금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교육을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홍콩 애널리스트는 "'내 자식은 손에 흙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타고 고등교육 체계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면서 초래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자는 1076만 명으로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대졸자 수는 이보다 늘어 1160만 명으로 추산됐다. 가디언은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1160만명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가 일자리 없는 취업시장에 나온다"고 평했다. 지난 3월 기준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19.6%로 집계됐으나,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팀의 분석 결과 실제 실업률은 4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앞세운 사교육 철폐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묵은 사회문제인 출산율 제고와 빈부격차 해소에 있어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입시와 취업에 지친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조적인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졸업 가운을 입고 시체처럼 쓰러진 모습을 대학 졸업사진으로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팔고 남았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잔반들을 모은 '잔반 블라인드 박스'가 청년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체 졸업사진'에 대해 CNN은 "많은 학생이 (대학 졸업에) 도달하기 위해 악명 높은 경쟁적인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거쳤는 데 이제 지치고 낙담한 상황"이라며 청년층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청년층 불만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일자리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대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청년들의 귀농을 독려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졸자, 고교생의 채용을 전년보다 10% 늘리기로 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노점상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53세' 박수홍 "난임 검사 받았다…♥김다예 너무 아파해 미안" - 머니투데이
- 한기범, 사업실패 전재산 탕진…"아내는 죽는다고 창가 매달려" - 머니투데이
- 김태호 PD, 이효리 파격 란제리에 당황…보아 "이건 방송 불가" - 머니투데이
- 추성훈, 5천만원 시계 선물했는데…후배에 뒤통수 맞은 사연 - 머니투데이
- '데뷔 23년차' 보아 "음악방송 나가면 민폐 같아"…엄정화 '공감' - 머니투데이
- 찬 바람 불면 뇌졸중 위험↑"5분 만에 뇌세포 사멸" 야외 운동도 주의를 - 머니투데이
- "지금까지 후회"…윤하, 16년 전 '신인' 아이유에 한 한마디 - 머니투데이
- "여 BJ 녹음은 사적대화, 난 당당"…8억 뜯긴 김준수, 마약에 선긋기 - 머니투데이
- 안개 낀 주말 아침 날벼락…삼성동 아파트 충돌한 '헬기' [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전현무 생일 앞두고 찾아간 여인…수라상·맞춤 케이크 '깜짝'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