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27년 만에 김혜수와 연기…난 복 많은 사람"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연기도 연기지만 역시 '사람'이에요. (동료들과) 이렇게 행복하게 작품을 찍었다는 게, 제가 되게 복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밀수' 주연 배우 염정아는 이번 작품을 찍고서 얻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렇게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70년대 바닷가 마을에 사는 해녀들이 밀수 범죄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염정아는 해녀들의 리더 진숙을 연기했다. 단짝 춘자(김혜수 분)를 비롯해 양금네(박준면), 돼지엄마(김재화), 똑순이(박경혜), 억척이(주보비) 등과 '해녀팀'을 이뤄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반년이 넘도록 함께 고생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정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특히 1996년 드라마 '사과꽃 향기' 이후 약 27년 만에 한 작품으로 재회한 김혜수와는 시사회 등 홍보 일정에서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사이가 됐다.
"언니랑 어렸을 때 작품을 잠깐 같이했었어요. 그리고 한 소속사에서도 오래 있었는데, 오가며 만나고 가끔 문자 보내고 얘기 나누는 정도였죠. 지금은 많이 의지하는 언니가 됐네요. 혜수 언니는 참으로 사랑이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영화 속 진숙과 춘자가 특별한 관계인 점도 염정아와 김혜수를 더 가깝게 만들어줬다. 친자매나 다름없던 진숙과 춘자는 몇 년 만에 오해가 풀리면서 화해하고 다시 한번 범죄 파트너가 된다.
"두 사람이 화해하는 장면은 물론 연기지만, 서로의 눈을 보면서 굉장히 진심으로 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진짜 진숙이가 된 것 같았죠. 춘자와 진숙이 번갈아 가며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서로의 손을 당겨주는 아름다운 장면도 또 다른 상징적인 컷이라 생각해요."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해녀 역을 맡았지만, 염정아는 사실 촬영 전까지만 해도 물을 무서워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우선 출연 제의를 수락하고 나서 이후 3개월간 물과 친해지기 위해 맹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선(先) 결심, 후(後) 노력이었다"면서 "류 감독 영화인 데다 혜수 언니가 나온다고 해 너무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래서 수중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해녀들의 리던데, 제일 잘해야 할 거 아니에요? 숨 참기부터 시작해서 1m 아래로, 그다음에는 2m 아래로 조금씩 깊게 들어가다가 결국 6m까지 내려갔어요. '이 정도면 수영장도 맨날 다니겠다' 생각했는데, 작품 끝나고선 물 근처에도 안 가고 있어요. 하하."
대역을 쓴 장면도 있지만 염정아는 수중 액션 장면을 비롯해 류 감독이 "하라는 거는 다 했다"고 한다. 1970년대 해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얇은 저고리와 반바지만 입고서 추위를 견뎌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까다로웠던 점은 진숙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진숙은 '밀수'에 나오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진중하고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다.
"진숙이 하는 게 없어 보이지만, 감정선의 중심을 잡고 이어가야 하는 사람이라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모든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표현은 안 하는 사람이잖아요. 춘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수위에 맞춰야 하는지 항상 고민했고요."
그는 김혜수와 자신이 배역을 바꿔 연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고 한다. 춘자는 진숙과는 다르게 억척스럽고 사기꾼 기질과 상스러운 면도 있는 인물이다.
염정아는 "처음에는 배역이 바뀌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안 바뀌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혜수 언니가 춘자 그 자체였고 이 영화는 혜수 언니가 아니었으면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밀수'는 염정아와 김혜수가 '투 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다. 물론 두 사람을 범죄로 밀어 넣는 권 상사(조인성)와 장도리(박정민), 다방 주인이자 춘자·진숙을 돕는 고옥분(고민시) 등 다른 캐릭터들의 앙상블 역시 빛난다.
"요즘 굉장히 신나요.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출연 제안을 준다는 게요. 하하. 드라마 '스카이캐슬' 할 때만 해도 여자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때도 너무 신나서 '여자들 연기 많이 해서 너무 좋다'고 했었죠. 최근에 점점 그런 작품이 많아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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