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 번역 외길' 정은귀 교수 산문집 두 권 나란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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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들, 소중한 존재들에게서 우리가 쉽게 눈을 돌릴 때, 시는 바로 그것을 응시하게 만듭니다."
현대 영미시 번역의 대가로 꼽히는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가 신작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에서 시가 가진 힘에 관해 쓴 구절이다.
그런 정 교수가 시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을 엮은 신작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과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두 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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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가장 중요한 것들, 소중한 존재들에게서 우리가 쉽게 눈을 돌릴 때, 시는 바로 그것을 응시하게 만듭니다."
현대 영미시 번역의 대가로 꼽히는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가 신작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에서 시가 가진 힘에 관해 쓴 구절이다.
점점 시를 읽는 사람이 희귀해지는 시대지만, 정 교수는 여전히 시의 힘은 강력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는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의 전집 번역 프로젝트를 비롯해 어맨다 고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등 현대 영미 시인들의 시를 부지런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영문학자.
그런 정 교수가 시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을 엮은 신작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과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두 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둘 다 고심해서 고른 시와 그에 관한 산문을 덧붙인 책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월간 '경향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갈무리하고 다듬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한국어판 시집을 번역한 루이즈 글릭을 비롯해 로버트 하스, 줄리아 달링, 마리 하우 등 한국 독자에겐 낯선 시인들도 눈에 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즈 글릭의 시 '꽃양귀비'에 대해 말하면서는 시와 기도, 영성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꽃양귀비' 뿐만 아니라 글릭의 많은 시는 간절한 기도처럼 읽힙니다. 기도는 원하는 것을 절대자에게 청원하는 것이지만, 그보다도 그 이전에, 말을 건네는 일이지요. 그리고 말을 건네는 것은 부서진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고요."
시를 읽고 그에 관한 논문을 쓰고, 또 좋은 영미시를 한국어로 옮기거나 한국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등 늘 시만 생각하는 저자에게도 시를 읽는 행위가 마냥 평화로운 일만은 아니다.
골똘히 시를 생각하는 일은 "시작도 끝도 없는 이 세계의 불합리와 불화이며 재난이며 불운이며 분노이며 슬픔이며 죽음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는 시에서 자신이 받는 그 힘과 "능동적인 움직임"을 독자들도 함께 느껴보라고 끊임없이 초대의 손짓을 한다. 오래도록 시를 읽으며 얻은 '담대함'도 시의 힘 덕이다.
"발 딛고 선 땅이 언제 갈라질지 하늘에서 뭐가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이고 살던 저는 시를 읽으며 많이 담대해졌습니다."
시를 읽는 게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독자들이라면 저자가 세심하게 고른 시편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정갈하게 차려낸 이 두 권의 책을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 마음산책. 224쪽.
▲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 민음사. 304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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