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살 사람 다샀나"…전동화 전환 급제동
(지디넷코리아=김재성 기자)"일차적으로 전기차 살 사람은 다 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파는 입장에서 이제 조금 더 세분화된 주요 타겟을 공략해야겠죠."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은 꾸준히 커가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 전기차 재고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취지의 언급으로 현재 전기차 시장을 진단했다.
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전동화 전환에 맞춰 대량 생산에 나섰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고 있어 전기차 대전환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하이브리드차 선호로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21일 업계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최대 1년 이상 걸렸던 전기차 출고 대기기간이 최근 1~2개월로 줄어들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뿐이다. 현대차와 기아 출고대기표를 분석한 결과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가 출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올해 1월 최대 1년4개월에서 7월 한달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아 EV6와 니로 일렉트릭도 최대 1년까지 걸렸던 대기기간이 이제는 한달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161개 지자체 일반 대상 승용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율은 21일 기준 55.16%다. 일반 대상 전기차 공고대수는 6만6천960대인데 이 중 3만6천939대가 출고됐다. 지난해 보조금 소진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전기차 재고가 쌓이는 만큼 미국 전기차 재고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인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현재 북미 전기차 재고는 9만대를 넘겼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상황이라고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진단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그동안 많은 업체가 전동화 패러다임 전환에 투자를 나섰다. 업체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대량 생산 체계까지 갖췄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공장을 구축했지만, 이제는 구매자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양극화도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체 판매량 중 61%가 테슬라로 나타났다. 또 전기차 판매량이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테슬라發 가격인하 전쟁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도 전기차 할인에 나섰는데, 이때 가격 할인으로 보조금 대상이 되는 등 전기차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당분간은 전기차 판매량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자들은 보조금이 있을 때마다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테슬라가 올해 1월 가격을 최대 1만3천달러(1천665만원) 인하한 후 4월과 6월 사이에 46만6천대를 인도했다"며 "다만 전기차는 아직도 얼리어답터(최신 기기를 일찍 사용하는 사람)의 영역으로 전기차는 전체 신차 판매의 10% 미만이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재고량이 쌓이는 만큼 전기차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신차 세 대 중 두대는 전기차가 되도록 배기가스 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와 현지 완성차 협회는 이 제안에 대해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대신 2030년 40~50%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2021년 8월에 발표했던 원래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실제로도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36.4%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점유율도 5.2%로 늘어났다. 국내 전기차가 출고대기까지 평균 1~2개월로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현재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부족한 전기차 인프라, 배터리 화재, 비싼 가격 등 요인으로 구매심이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1회 충전거리도 단점으로 꼽혔다는 평이다. 뉴욕타임스는 전기차 전환 리스크로 "현재 나온 대부분 모델이 최대 400㎞가 최대 거리인데, 여전히 충전소를 찾는 것과 차량 충전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기차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소"라고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전환으로 가고 있는 부분은 맞지만, 시장 확대에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많이 보는데 전기차 가격도 높고 배터리 가격이 생각보다 안떨어지고 충전 인프라도 안느는데 보조금도 줄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이 안 나오면 하이브리드차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고 테슬라 같은 전기차는 반값 전기차나 충전 규격 통일 등 돌파구를 내는 식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라고 부연했다.
김재성 기자(sorrykim@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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