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1시간 전 이미 물 넘치고 있는데…6명 인부 삽질 제방 공사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가 나기 전 미호강 제방 보강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1시간 30분 전 영상을 21일 사무실에서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지난 15일 오전 7시 1분쯤 미호강 제방 보강공사 현장엔 6명의 인부가 미호천교 신설 교량에서 임시 제방을 쌓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에 강물이 쏟아지기 1시간 30분 전인데도 미호강 수위는 이미 임시 제방 턱밑까지 차올랐다. 일부 구간은 이 때 이미 월류(越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명의 인부들은 비를 맞으며 20~30m 구간에 서서 삽을 들고 흙을 퍼 올리고 있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15일 오전 8시3쯤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범람한 강물은 8시40분쯤 제방에서 300~4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다.

미호강 임시 제방은 미호천교 신축과정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쌓았다.

영상을 제공한 박종혁(63·궁평리)씨는 “행복청에서 사고 당일 오전부터 굴삭기를 이용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고 주장해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며 “강물 수위가 상당히 오른 오전 7시쯤 인부 6명이 삽으로 작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어 “60년 넘게 궁평리에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미호강이 넘친 적은 없었다”며 “사고 다음 날 가보니 임시 제방 옆쪽 15m 구간 아스팔트가 다 들릴 정도로 파손됐다. 월류 속도가 빨랐고 어느 순간 툭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행복청이 예방을 제대로 했다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종환 의원은 “당시 미호천교 수위는 금강홍수통제소가 관리하는 심각단계(9.2m)를 넘어선 9.47m였음에도 행복청은 인부 6명을 보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며 “굴삭기도 오전 7시22분쯤 도착해 오전 7시51분쯤 보강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부 6명이 먼저 조처를 하고, 중장비를 너무 늦게 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이어 “행복청 담당자는 당시 인원, 장비 투입 규모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행복청은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경보를 내린 새벽 모든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방 붕괴를 막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