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 뷰파인더] '이방인'의 죽음과 '성숙한 추모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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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잘 모르겠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1942년작 소설 '이방인'의 도입부 첫 구절인 이 문장은 소설을 안 읽어도 어디선가 들어봤음 직한 유명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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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임세준 기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잘 모르겠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1942년작 소설 '이방인'의 도입부 첫 구절인 이 문장은 소설을 안 읽어도 어디선가 들어봤음 직한 유명한 문장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세상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어머니의 죽음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알베르 카뮈가 현대인의 무감수성에 대해 비판하며, 실존주의 철학으로 묘사해 낸 가공의 인물이자 현대인의 모습일 것이다.
지난 18일 서이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가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교사들과 교사노조, 전교조 등은 교육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A씨는 평소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직장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익명의 교사가 한 학부모로 부터 받은 메세지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용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동료 교사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으나 한 학부모로부터 "프로필 사진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변경해 달라"는 메세지를 받았다며 추모조차 비난 받아야하는 상황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한 시민도 취재진에 인근에 사는 동네 주민이라고 밝히며 "타인의 죽음에 대해 같이 추모하지 못할망정, 추모 분위기를 비난하는 일부 주민들이 있다며 이와 같은 모습이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 성숙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의 행태를 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연일 이어지는 대책회의와 간담회를 통해 교권 신장을 강조했다.
이날 교총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 부총리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지난해 3천건이 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학교에서 심의·처리됐는데 침해 유형이 다변화하고, 그 정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짤막하게 언급했던 소설 '이방인'의 이야기처럼, 타인의 죽음에 대해 무감수성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다 따듯하게 감싸주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j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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