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교수의 반전 정체…불법 동물 경매장 ‘큰손’이었다

대학의 동물복지과 교수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법 경매장에서 박스에 담긴 채 발견된 몰티즈. /비글구조네트워크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불법 번식장 업자들에게 ‘큰 손’으로 불리던 인물이 대학에서 동물 복지를 가르치던 교수로 밝혀졌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불법 동물 번식장과 이를 알선해 유통하는 경매장에 대한 비공개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잠입조사를 통해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동물들이 어떻게 펫샵으로 흘러가고, 불법 매매 유통의 큰손인 총책이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밝혔다.

비구협에 따르면 지저분한 환경에 개들을 몰아넣고 평생 새끼만 낳게 하는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대전과 천안의 경매장을 거쳐 전국으로 팔려갔다. 비구협은 “십수년간 두 곳의 경매장을 운영해온 대표는 한 대학의 반려동물과 교수 홍모씨”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신분으로 온갖 불법을 조장한 홍 교수의 정체를 밝히는 게 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5월 합동 단속에 적발된 전북 진안군의 불법 번식장. /뉴스1

비구협은 “우리는 이제야 수없이 적발했으나 불법 번식장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감추어주고, 불법으로 세탁해서 팔아주는 악덕 경매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강아지 개체관리카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의 경매장에서 발견된 카드에 적힌 강아지들의 생일이 ‘태어난 지 61일’로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생후 60일 미만인 강아지는 거래할 수 없다.

비구협은 “홍 교수는 또 중국에서 종견을 수입해 불법 번식장 및 허가 번식장에 마리 당 평균 1000만원을 받고 팔아왔다”고 했다. 종견은 번식을 목적으로 들여오는 개체를 뜻한다.

비구협은 “매매자료 없이 종견들을 팔아온 홍 교수를 조세포탈 혐의로 국세청에 신고하고,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 수수료에 대한 특별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불법 경매장을 운영하고 개체카드 등을 조작한 혐의(동물보호법‧사문서위조)로 홍 교수를 고발했다. 해당 경매장에 불법으로 반려동물을 유통한 불법 번식장 48곳 역시 형사고발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