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이미 합법이라 했는데…“변호사 검색 하지마” 왜?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7. 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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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변호사’ 징계 심의 밀리자
벤처·스타트업 업계 일제히 비판
전문가들, ‘적정규제·경쟁’ 주문
“유사 사례 반복되면 혁신 없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징계를 놓고 법무부가 심의를 미루자 업계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새로운 플랫폼 시장을 금지하기보다 현행법과 조화를 이룰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로톡 광고 변호사 123인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처분을 취소하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코스포는 “로톡 서비스는 이미 경찰, 검찰, 헌법재판소 등 복수의 국가기관들로부터 합법이라는 확인을 수차례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 ‘합법’ 결론에도 로톡 분쟁 지속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들에게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고 탈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헌재도 변협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변호사 광고 규정’의 일부 핵심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놨다. 그러나 변협은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하지 않은 나머지 규정을 근거로 징계를 이어갔다.

경찰과 검찰은 광고비를 낸 변호사를 검색 목록 상단에 노출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형사사건 형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변협은 로톡과 별개로 ‘나의 변호사’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로톡과 유사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업계가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 압박에 반발하는 이유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 성명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변협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변호사들은 자유롭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의뢰인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며 “법률플랫폼은 기존 시장에 유통되지 않던 변호사 상담료나 수임료 같은 가격정보, 실제 상담후기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유통해 법률서비스 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독일·일본, 금지 대신 ‘적정 규제’ 선택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리걸테크 기업 약 7000곳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걸테크산업 시장 규모는 2027년 35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징계위가 전날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하자 “징계위원 소집 일정 등을 고려하면 차기 위원회가 언제 잡힐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희망고문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은 변호사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시장 전체 매출 중 3분의 2는 법무법인이 차지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6대 대형 로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액수로는 2조원이 넘는 셈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법률서비스를 평소 이용하지 않던 일반인들도 필요할 때 손쉽게 비교·검색을 통해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 개업 변호사들은 플랫폼에서 의뢰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만큼 접점이 늘어난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들은 일정 수준의 제한 규정을 두면서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허용하고 있다.

변협은 하면서…“법률 플랫폼도 경쟁 필요”
전문가들은 논문을 통해 일찌감치 법률서비스 플랫폼과 현행 규정 사이의 조화로운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혜욱 위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로톡을 활용한 변호사 광고·홍보 행위가 “공공성 침해, 공정한 수임 질서 훼손 또는 소비자 피해 등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힘들다”며 “로톡 광고를 한다고 해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후 시장 상황과 서비스 방향에 맞춰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 검색서비스에 대해서는 전면적 금지가 아니라 경쟁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는 대한변협이 스스로 공공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온라인 플랫폼을 출범한 상황에서 경쟁서비스인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만을 징계에 착수하고 있어 불완전하고 불공정한 경쟁체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 검색서비스에 대해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규제의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향후에는 그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일단 경쟁을 통해 적절한 규제 수준을 도출하고 이것으로 어렵다면 보충적으로 강제적인 수단을 통한 대응방안도 열어둘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목 잡힌 韓 플랫폼들…업계 “혁신 없을 것”
국내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전통산업의 반발로 발목 잡힌 사례가 적지 않다. 승차공유 플랫폼과 택시업계,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카카오T 대리와 대리운전업체연합회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스포 의장을 맡는 박재욱 전 VCNC 대표(현 쏘카 대표)는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다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주는 타다 핵심 서비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코스포는 “로톡은 국내 리걸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돼 가능성을 입장받았지만 소모적 갈등에 대응하느라 사업이 어려워져 올해 초 직원 절반을 내보내는 결정을 하고 사옥도 철수 과정을 밟고 있다”며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그 어떤 스타트업도 대한민국에서 혁신의 꿈을 키우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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