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전·경남·경기까지... 전국 덮친 ‘대만·말레이發 소포’ 공포
울산에 이어 전국에서 독극물로 의심되는 국제 우편물 관련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울산에서 우편물을 열었다가 3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독극물 의심 사건이 발생하자 유사 신고가 잇따르는 것이다. 현재까지 별다른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 등 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제주도와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0분쯤 제주시에 거주하는 A씨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 50분쯤 주거지 1층 우편함에서 처음 이 소포를 발견했으며, 소포를 뜯어 투명 지퍼백에 담긴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를 확인한 뒤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포는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일 울산지역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직원 3명이 사무실에 도착한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자 쓰레기통에서 다시 해당 소포를 꺼내 인근 지구대를 방문해 신고했다. A씨가 받은 소포는 울산 장애인복지시설에 배송된 소포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는 경찰과 소방, 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 폭발물과 방사능, 화학물질, 생화학 검사를 했으며 그 결과 모두 음성 또는 불검출로 나타났다. 현재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소포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남 함안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접수됐다.
2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8분쯤 함안경찰서 칠원지구대로 “해외에서 온 수취인 불명의 우편물이 의심스럽다”며 인근 건설업체 대표 B씨가 신고했다.
B씨 역시 두 달 전 받은 국제 우편물에 정확한 수취인이 적혀 있지 않자, 내버려뒀다가 전날 울산에서 발생한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독극물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편물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받는 이는 사람이 아닌 ‘통일로번길’이라는 엉뚱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B씨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말레이시아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가 없고, 또 외국에서 우편물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즉시 해당 우편물을 칠원공설운동장으로 옮기고, 경남경찰청 대테러계 소속 화생방연구사와 경남특공대를 출동시켰다. 또 경남소방본부 특수대응단과 39사단 화생방대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에도 신고 내용을 통보해 공조를 요청했다.
손바닥 크기의 우편물은 비닐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 등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우편물 안에 낚싯바늘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하고, 우편물 외부에 2차례에 걸쳐 방사능 등 화생방 간이 검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위험 물질은 감지되지 않았다.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경찰 등이 우편물을 개봉하니, 낚싯바늘이 아닌 구겨진 종이가 나왔다. 종이에는 아무런 내용이 적혀 있진 않았다. 종이에서도 별다른 이상 반응이 감지되진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우편물을 보내 정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대전에서도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 우편함에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해당 우편물을 수거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고된 우편물은 대만에서 발송된 것이며,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포장지 안에 립밤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었다. 수신자 이름은 집 주인도 모르는 사람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고자 옆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송된 우편물 1개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거한 우편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해 성분이 있는지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에서도 이날 오전 11시쯤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장에서 의문의 우편물이 도착한 것을 공장 관계자가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해당 우편물은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고, 주소는 해당 공장으로 돼 있었지만, 수신인에는 공장과 전혀 관계없는 외국인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해당 우편물은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편물 안에는 아무런 내용물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자가 우편물을 발견한 뒤 개봉했다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점이 의심스러워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편물 내에 기체 등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학수사대를 투입하고 군 화학 부대에 지원을 요청해 우편물을 면밀히 분석했으나 이상 여부가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에게도 별다른 이상 증상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료진에게도 소견을 받았으나 현재까진 신고자에게 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고자 상태를 지속해 추적 관찰하는 한편 우편물 이상 여부도 추가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전날 장애인 복지시설에 이어 우체국에서 의심 국제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5시59분쯤 동구 전하동 동울산우체국에서 집배원이 우편물 분류 중 동구의 장애인 복지시설로 온 대만발 국제우편물과 동일주소에서 발신한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본부는 해당 우편물에 대한 정밀검사를 위해 봉투와 공기 시료를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냈다. 분석 결과 위험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에서는 앞서 20일 동구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국제 우편물을 개봉한 직원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병원에 이송된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울산우체국에서 발견된 우편물도 장애인복지시설로 온 우편물과 동일 주소지라고 한다. 경찰은 기동대 1개 중대를 배치해 현장을 통제하는 한편 우편물이 배달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 경찰은 대만발 국제 우편물이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이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불법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통해 아무에게나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발송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찰은 문제의 봉지에 별다른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소포 겉면에는 해당 장애인복지시설 주소와 함께 수취인 이름과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시설에 해당 이름을 가진 직원·이용자는 없었고, 전화번호도 확인되지 않는 번호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우체국을 통해 배송경로를 우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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