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교사 추모 이틀째…“24시간 폭언 들어, 수많은 교사 현실”

고병찬 2023. 7. 21. 15: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인이 되신 선생님 한 분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선생님이 매일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요."

학부모와 갈등 끝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만난 교사 문아무개(42)씨는 이렇게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분노]

21일 오전 11시30분께 학부모와 갈등 끝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 추모메시지를 부착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고인이 되신 선생님 한 분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선생님이 매일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요.”

학부모와 갈등 끝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만난 교사 문아무개(42)씨는 이렇게 말했다. 강남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그는 “동료 교사들의 사례를 보면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말을 모두 녹취해서 변호사 자문을 받고, 학부모들로부터 ‘교사 자격이 없다’는 둥 폭언을 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로나 이후 ‘밴드’나 ‘카카오톡’을 통해 학부모들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교권이 무너지고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지만, 교사들이 지금까지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체계적인 교권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21일에도 해당 교사를 향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ㅅ초등학교와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분향소엔 동료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학생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분향소. 해당 교사는 학부모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구연수 교육연수생 yunsur1234@naver.com

이날부터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분향소에는 오후 2시께까지 모두 81명이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2년 차 교사라는 정혜승(27)씨는 “같은 신규 새내기 교사로서 너무 안타까웠다. 전국 어느 학교에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나 또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학부모 류아무개(43)씨는 “교사 지인이 많아 남 일 같지 않다. 업무시간 이후에도 학부모들의 연락을 계속 받아내야 하는 것, 문제 아동에 대한 민원을 선생님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12시30분께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21일 오전 11시30분께 학부모와 갈등 끝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에 나서고 있다. 고병찬 기자

고인이 재직했던 ㅅ초등학교에서도 전날에 이어 동료 교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번 일로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원생 ㄱ(24)씨는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를 졸업한 후 기간제 교사로 일했지만, 학부모들의 민원과 학교폭력 업무로 인해 더는 견디지 못하고 6개월 만에 그만두고 교사의 꿈도 접었다. 소식을 들은 후 그 당시 제 경험이 생각나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며 “교육현장에서 부모의 지위와 권력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직도 불합리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묵인되고 있다”고 했다. 18년 차 교사 김아무개(41)는 “어느 직장도 24시간 폭언을 받는 곳은 없지만, 교사들은 그런 요구를 받는다”라며 “결국 이번 일은 교사를 보호 못 한 학교와 교육계의 책임이다. 해당 교사를 사지로 몰아간 학부모도 반드시 잘못이 있다는 걸 알고 뉘우쳐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구연수 교육연수생 yunsur1234@naver.com 강신범 교육연수생 zach0312@naver.com 박시은 교육연수생 siguana@naver.com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