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 시인’의 탄생···박강수의 ‘사랑’[책과 책 사이]
<하늘 아래 딱 한 송이>(나무생각). 노영민 시집 제목이다. 2015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일 때 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도 맡을 때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팔았다.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영수증도 발행했다. 당 윤리심판원은 당원자격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의회 유력자의 권력 사유화 행위엔 의원·위원장이 지녀야 할 염치도, 의회가 ‘공공의 것’이란 인식도 없었다. ‘세월의 용서’를 받았는지, 나중 청와대 비서실장이 됐다. 이 시집은 교보문고엔 검색 결과가 없다. 평산책방에선 뜬다.
<하늘 아래 딱 한 송이>를 떠올린 건 마포구청장 박강수의 시 때문이다. 2014년 <그대 머무르는 곳에>(시사포커스)를 냈다. 시사포커스는 박강수가 대표로 일하던 매체다. 시집 중 ‘사랑’이라는 시가 상암 하늘공원 ‘시인의 거리’에 등장했다. 이 시를 새긴 어른 키 높이 표지판을 들머리에 세웠다. ‘시인의 거리 1호 시인’이다. 자기 이름을 박은 ‘시인의 거리’ 바위 표지석도 세웠다. ‘박강수의 거리’가 된 셈이다.
마포문화원과 마포문인협회가 선정했다. 마포문화원은 마포구의회 의장 김영미에게도 응모하라 권유하고 뽑았다고 한다. 구청장은 국민의힘,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니 시로 ‘연정’을 이룬 셈이다.
마포문화원? 마포구 산하 공공기관이다. 사적이고 속물적인 현시욕과 과시욕을 충족하려 공공 영역에 세금과 행정력을 동원했다. 응모·선정부터 설치까지 공직자의 염치도, ‘공공의 것’도 없다. .
박강수는 마포구의 ‘구청장이면서 계관시인’ 같은 걸 꿈꿨는지 모르겠다. ‘시인의 거리’에서 벌어진 건 ‘관제 시인의 탄생’이다. 그것도 ‘셀프’ 말이다.
박강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 ‘사랑’ 표지판의 한 구절은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그 날/ 나는 사랑을 본다”이다. 박강수가 경의선 책거리, 와우 북페스티벌, 창작센터 ‘플랫폼P’, 작은 도서관인 해오름 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장)을 두고 벌인 일이 떠오른다. 어그러지고 동떨어지기 일쑤인 시어와 ‘시인’의 관계도 확인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211652001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5080300025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00579.html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1511302257545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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