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해녀로 변신한 김혜수 “행복했던 촬영 없었다…매 순간 연기 한계”
수중 촬영 공포에도 “동료와 일체감 느낀 순간”
70년대 고증에 적극 참여…옷 원단까지 직접 챙겨
“유일하게 행복했던 현장…내 장단점 인정 과정”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촬영 현장이 늘 좋긴 하지만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밀수’ 현장은 행복했어요.”
배우 김혜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밀수’를 작업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영화 ‘밀수’는 1970년대 중반 바닷가 도시 군천, 물질로 먹고 살기 어려워진 해녀들이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 생계를 이어가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만나는 이야기다.
김혜수는 극중 해녀 출신의 밀수업자 ‘조춘자’를 맡았다. 생활력 강한 해녀였던 조춘자는 특정 사건을 계기로 화려한 도시 밀수업자로 변신한다. 어디서든 살아남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억척스럽지만, 속은 여리고 의리 있다.
해녀들의 영화인 만큼 수중 촬영 분량이 적지 않았다. 과거 영화 ‘도둑들’의 물 속 촬영 도중 공황장애를 겪었던 김혜수. 그만큼 수중 촬영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는 “물이 원래 굉장히 좋아했는데 당시 촬영 이후 물만 보면 눈물이 나고 몸에 마비 증상이 왔다”며 “그래도 배우 동료들이 먼저 수중 촬영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맘이 풀려서 물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질 장면은 대부분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깊이 6m의 대형 수중 세트에선 물 속 장면을 찍고, 별개의 수면 세트에선 수면과 수중 장면을 동시에 찍었다. 포크레인 같은 장비로 파도를, 강풍기로 바닷 바람을 살렸다. 배를 돌려야 하는 장면에선 배우들을 제외한 모든 스탭들이 배를 직접 돌렸다.
김혜수는 호흡 장치인 레귤레이터로 산소를 머금은 뒤 물 속에서 최대한 길게 촬영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후반부 촬영에선 수면으로 올라오던 도중 장비와 부딪쳐 이마가 ‘V’ 자로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물이 예전처럼 공포의 대상이였다기 보다 배우들의 팀워크를 느끼게 해준 매개체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가족 같은 단짝으로 나오는 배우 염정아와 함께 촬영할 땐 더욱 그랬다.
그는 “물 속에서 사인을 주고 받고 촬영을 시작하는데, 서로를 온전히 신뢰하는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좋았다”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아씨가 되고, 정아씨가 내가 되는 경험이었다”며 웃었다.
해녀 조춘자는 화장기 하나 없는데다 의상도 해녀 옷만 주로 입었다. 그러나 밀수업자 조춘자는 다르다. 진한 화장과 화려한 헤어 스타일, 감각적인 복고풍 패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패션도 디테일하게 재연했다. 그리고 그 배경엔 제작 스탭 수준으로 아이디어를 낸 김혜수가 있었다. 그는 밤낮없이 세트나 의상 관련 자료들을 스탭들에게 공유했다. 배우들 간의 의상 매치부터 옷 원단 하나까지도 신경 썼다.
김혜수는 “조춘자는 70년대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가지고 있는 자료가 많았다”며 “평소 작품이 요구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스스로 작품에 진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어느덧 데뷔 37년 차. 드라마 ‘짝’의 승무원 차해순, ‘장희빈’의 희빈 장씨부터 ‘타짜’의 정마담, ‘도둑들’의 팹시까지, 다양한 캐릭터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단단한 내공을 쌓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촬영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 배우 김혜수의 고민이다.
김혜수는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현장에서 진짜 감정으로 촬영해도 모니터를 보면 가짜같이 느낄 때가 있다”며 “현장이 즐거워도 그런 모니터링을 분 단위로 체크하면서 내 민낯을 보는 것은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자조적이기보단 나를 제대로 인정해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말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매번 다짐을 해도 촬영 현장에선 늘 잊기 일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이를 압도하는 팀워크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배우다’라고 인정하려고 해도 맘 먹은 대로 되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 촬영 땐 일부러 잊어버린 것도 아닌데, 이를 압도하는 일체감과 팀워크가 저를 행복하게 했어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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