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에 보국훈장 추서...동료 해병 1200명 피해복구 현장에
경북 예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에게 보국훈장이 추서됐다. 보국훈장은 국가 안전 보장에 공훈이 있는 이에게 수여된다. 같은 날 채 상병의 동료 해병대원 1200명은 수해 복구 현장에 다시 투입됐다.
21일 오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강당에 차려진 채 상병 분향소에서 해병대가 채 상병 부친 채모(57)씨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전달했다. 채씨는 아들의 영정 사진 아래 쪽에 훈장을 내려놓았다. 보국훈장 5등급인 광복장은 국가 안전 보장에 공로를 세운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 및 병사에게 정부가 추서한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서 폭우 등으로 실종된 주민들을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채 상병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 없이 동료들과 ‘인간 띠’를 만들어 수색 중이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채 상병은 27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한 전북소방본부 소속 채 소방위가 결혼 10년만에 시험관 시술로 겨우 얻은 외동아들이었다.
해병대에 따르면 채 상병은 유가족 뜻에 따라 22일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기존에 장지로 예정됐던 국립 임실 호국원엔 매장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해군본부 전공사상 심사위원회는 채 상병을 ‘순직 1형’으로 인정했다. 순직 1형은 재난현장에 투입돼 긴급구조활동 중 사망하거나, 고도의 위험을 무릅 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이 등에게 지정되며, 별도 심사 없이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한편 이날 채 상병 소속부대인 해병대 1사단 장병 1200명은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 투입돼 피해 복구에 나섰다. 해병대 1사단은 채 상병이 실종된 지난 19일부터 실종자 수색 등 수해 지원 작업을 중단했으나, 이날부터 피해 복구 작업에 전 병력을 집중 투입했다. 실종자 수색은 장병 안전 문제에다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잠정 중단됐다.
해병대 1사단은 이날 예천군 벌방리와 동사리, 금곡 1리 등 주요 피해 지역에 100~300명씩 투입돼 쌓인 토사를 삽으로 파내고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등 마을 복구를 도왔다. 해병대 1사단 관계자는 “피해 지역에 일상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전력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30분 기준 호우 피해 사망자는 46명으로, 실종자는 4명(예천3·부산1)으로 집계됐다. 파손 등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은 총 2373건이며, 3만 4354㏊(1억평)규모의 논밭과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 1426세대 2200명은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대피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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